부인의 기일 준비에 여념이 없는 허 노인은 제사를 위해 자택을 방문한 아들과 며느리를 닦달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소 소심해 보이는 큰아들과 눈치쟁이 며느리는 일찍이 음식을 장만하면서 허 노인의 비위를 맞추느라 분주하다. 뒤이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딸과 푼수 같은 사위가 차례로 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허 노인을 대하는 자식들의 행동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멀리 미국에 이민 간 막내아들이 도착하자 제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곧이어 자정을 알리는 자명종 시계가 울린다.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씁쓸함을 전하는 블랙코미디 한 편이 소극장 무대에 선다. 연극 '행복한 가족'. 20일부터 6일 19일까지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극단 돼지가 지난 3월 제28회 대구연극제에 출품한 이 연극은 일반 스릴러물이나 꽉 짜인 드라마가 아니어도 유쾌한 일상의 반전을 대사와 상황 속에 도출해 내 예기치 못한 급작스런 상황 전개로 마무리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또 극의 후반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는 가족들의 해프닝은 관객들의 의문이 극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해소되며 극 중 반전은 마지막 장면과 맞물려 도시인의 비애와 현대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부각시키는 진한 여운도 남긴다.
극단 차이무 민복기 대표의 작품으로 극단 돼지 이홍기 대표가 연출을 맡았으며 품바 공연으로 유명한 배우 이계준 씨가 허 노인을 연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 오후 7시, 일·공휴일 오후 3시 공연된다. 053)422-7679.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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