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 전통시장 소고

과거 전통시장은 거래의 장으로서 지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고 지역민들의 생활과 문화의 중심지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시장은 그러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대구 대표시장 3곳을 돌아보았다.

먼저 서문시장은 우리 지역의 전통과 문화가 배어 있는 곳,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곳이다. 3천500여 개의 점포와 630여 개의 노점이 있으며 하루 평균 2만여 명(상인연합회 추산)이 다녀간다. 이곳에 가보면 800여 대나 주차할 수 있는 대형주차장이 있으며 여성휴게실, 물품보관소, 수유실, 스낵코너, 인터넷방, 현금인출기 등이 있는 '만남의 광장'도 있다. 연꽃 모양을 한 비가림 시설도 갖췄다. 분명 장보기가 훨씬 편리해진 것 같다. 하지만 주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후화된 시설물도 많다. 먹을거리들이 다소 불결해 보이고 친절서비스도 아직 부족하다. 그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및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되는 점포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1천300여 명의 상인들이 살아가는 칠성시장은 칠성원시장, 경명시장, (유)칠성시장, 대구청과시장, 대구사과시장, 삼성시장, 대성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의 가구상가, 중고전자 제품상가, 꽃시장과 합쳐져 큰 상권을 형성한다. 여기에다 마치 시골 5일장과 같은 새벽장인 '촌장'도 있다. 대구 제일의 식자재 시장인 칠성시장은 신선하고 값싼, 그리고 다양한 식자재들을 지역민들에게 공급하는 곳이다. 이곳에 가보면 다양한 과일, 생선, 채소류, 어패류, 건어물, 젓갈류가 많다. 김밥골목, 족발골목, 만두골목도 유명하다. 하지만 손수레'오토바이, 노점 등이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 시장 규모가 크고 구조마저 복잡하다. 그런데도 시장안내(표지)물 하나 없고 휴게실, 물품 보관함 등의 편의시설도 전무하다. 가격 및 원산지 표시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여 개의 점포들로 구성된 서남신시장은 과일'채소'식육'족발집과 떡집, 방앗간이 많다. 다른 시장들에 비해 늘 손님들로 크게 붐빈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좋고 또 상인들의 활성화 노력이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점포들을 둘러보면 상품진열, 점포관리, 친절서비스 등이 나무랄 데 없이 좋다. 상품과 점포가 깨끗하고 상인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다. 이곳 상호들도 한몫한다. '웰컴투 천냥(잡화)' '왼발 오른발(신발)' '러브아트(액세서리)' '아리따움(화장품)' '섹시한 떡뽁이(분식)' '찌찌 마스크(속옷)' '꼴닭꼴닭(닭꼬치)' 모두가 통통 튀고 재밌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남신시장 상인회는 정월대보름 시장 방문객 떡국 대접하기, 초중고생 시장 그림그리기 대회, 매월 마지막 금요일 특가 판매행사 등의 공동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천장에는 '선 선 선 고객선을 지킵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바닥에는 '항상 고객을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시장 경영진흥원이 이곳의 시장 활성화 수준을 A급으로 평가한 것 같다. 대구 103개 시장 중에 A급 시장으로 평가받은 곳은 서남신시장뿐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시장 명칭과 상인회 조직에 있어 서남시장과 서남신시장 간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300m 정도 되는 시장 주통로가 소방도로, 일방통행의 차도라는 점도 문제다. 시장 이용객들에게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구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를 보자.

첫째, 시장상인 및 상인회에서는 상인 개개인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젊은층 특히 가정주부들이 시장을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전통시장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어 시장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셋째, 다양한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들을 갖추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4불(不)-부재(없는 것이 많다), 불가능(안 되는 것이 많다), 불결(청결하지 못하다), 불친절-때문에 시장 이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시설 현대화 못지않게 경영 현대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신용 카드 사용 및 현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토록 하고 마케팅'홍보 활동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대구 전통시장 상인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들이라 본다.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장흥섭(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