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과 울산의 평가점수가 과연 대전에 비해 떨어지는지, 평가기준과 지표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입지선정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도시를 둘러봤다.
◆유럽의 대표적 과학비즈니스도시
독일의 실리콘밸리이자 유럽의 대표적 과학비즈니스도시인 드레스덴은 포항과 닮은꼴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져 있는데다 인구도 약 50만 명이다. 드레스덴에는 독일 최고 공과대학인 드레스덴 공대가 있고, 포항에는 한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있다.
독일 동부의 경제'문화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됐다. 통일 전에는 발전이 더딘 도시였으며, 통독 이후 드레스덴의 실업률은 20%에 육박했다.
하지만 20년 전 통독 후 독일의 실리콘밸리이자 유럽의 과학기술산업도시로 극적인 회생을 했다.
완전히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독일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교,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독일 산'학'연 융합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레스덴 재건의 일등공신은 세계 최고의 기초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재단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 3개가 잇따라 설립된 데 이어 응용연구 기반의 프라운호퍼재단과 라이프니츠재단 소속 연구소도 들어섰다.
세르게이 플라흐 막스플랑크연구소 홍보담당은 "서독에는 이미 연구시설이 많았기 때문에 균형발전을 위해 동독지역인 드레스덴에 연구소 3개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드레스덴의 쾌적한 환경과 문화는 과학자들이 연구하기에 최적지"라고 말했다.
루드비히 슐츠 라이프니츠연구소 소장은 "드레스덴에는 기초과학 연구소와 기초과학활용연구소, 산업활용 연구소 등이 다양하게 있다"면서 "현재 자기부상열차의 산업화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드레스덴에는 첨단연구소 14개가 드레스덴공대 및 10여 개 대학과 클러스터를 이뤄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초 및 응용연구 인프라 구축에 이어 1994년 지멘스가 사이언스 파크를 드레스덴에 설립했다. 인피니온과 모토로라, AMD 등 첨단 반도체 회사가 이전하고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도 공장을 세웠다.
현재 드레스덴은 정보통신(IT) 부문 유럽 1위, 기계부품과 나노재료 부문 독일 1위의 강자로 성장했고 생명공학과 그린에너지 분야로도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히 태양열에너지 분야는 반경 150㎞ 내 지역 연구기관과 기업을 클러스터로 구축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떠올랐다.
◆성공 비결은 '기초과학→응용개발 연구→비즈니스' 구조
드레스덴의 성공은 '드레스텐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 드레스덴 시스템이란 기초과학에서 시작해 응용연구소 설립, 기업 유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말한다. 드레스덴은 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하는 이상적인 클러스터를 만든 것이다. 드레스덴 시스템은 도시의 경제 성장과 고급 인재 유치를 가져온 모범 사례로 독일 전역으로 퍼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벨트는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학벨트 입지로 대전이 선정돼 기초과학에서 시작해 응용개발 연구와 신산업'비즈니스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은 평가지표 가운데 '연구기반 구축'집적도'(연구개발 투자 정도, 연구인력 확보 정도, 연구 시설'장비 확보 정도, 연구성과의 양적'질적 우수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에는 정부출연연구소가 많다. 이는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개발 연구 중심에 치우쳤다는 얘기다. 반면 대구경북과 울산의 경우 포항은 해외기초과학연구소로부터 두 번씩이나 최적지로 선택을 받았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서울대, KAIST 등을 실사한 뒤 포스텍을 선택했다. 또 기초과학분야 국내 유일의 국제연구소인 아시아태평양물리센터도 2001년 서울에서 과학 인프라가 뛰어난 포스텍을 선택해 이전했다.
디르크 힐버트 드레스덴 부시장은 "통독 이후 가장 성공적인 도시는 바로 드레스덴"이라면서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과 정부가 힘을 모아 기초과학에서 시작해 응용개발 연구와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가동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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