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고로 복원사업을 벌여온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성습지가 동식물 보호구역임에도 불법 수렵과 채취꾼들이 판치고 해마다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반복되면서 죽어가고 있다.
17일 오후 달성습지. 습지 내에 남아있는 시커먼 물웅덩이에 다가가자 고기살이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가장자리에는 죽은 물고기 수십여 마리가 말라붙었고, 일부는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나뭇가지로 바닥을 긁어내자 가라앉아있던 물고기들도 둥실 떠올랐다. 죽은 물고기들은 어른 팔뚝보다 큰 60~70cm 크기의 잉어와 월척 붕어, 40cm급 배스와 메기 등 대형 물고기였다.
가물치와 잉어 등 숨이 끊어지지 않은 물고기들은 수면 위로 입을 내밀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산란기를 맞은 대형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 위해 강가로 몰린 탓이다.
달성습지는 큰 비가 내릴 때마다 '물고기 묘지'로 변한다. 불어난 강물이 달성습지 내로 유입되면서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웅덩이에 갇혀 죽어가기 때문이다.
인근 다른 웅덩이 3곳의 상황도 비슷했다. 바닥이 드러나다시피 한 웅덩이 주변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숲에 걸려 있었고, 물이 들어온 흔적을 따라 물고기들의 사체가 줄지어 있었다. 이달 초 내린 집중호우로 낙동강물이 달성습지로 역류했고, 물길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웅덩이에 갇혔다.
달성습지에서 불법 수렵이나 채취도 판치고 있다. 동식물 보호구역인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약초를 뜯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나 차량으로 들어온 뒤 곳곳을 파헤치며 나무나 약초를 캐가는 전문업자들과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감시원에게 적발되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환경전문가들은 달성습지 내 물길을 만들고 감시원 확충과 차량 진출입 차단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달성습지가 개방되면서 쉽게 드나들 수 있고, 차량 진입로의 경우 3곳에 진입을 막는 쇠사슬이 설치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 달성습지 감시원도 지난해 4명에서 올해는 2명으로 줄었다.
석윤복 대경습지보전회 생태교육팀장은 "달성습지를 훼손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며 "달성습지 내 물길을 정비하고 안전 시설 및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2016년까지 170억원을 들여 습지 내 물길을 정비하고 생태박물관과 탐방 시설을 조성하면 물고기 폐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반기 중에 달성습지 보전개발안 용역을 발주하고 감시 인원 확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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