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 '전관예우금지법' 시행…술렁이는 대구 법조계

"없어져야할 공적" vs "실효성은 글쎄요"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전관예우금지법)이 17일부터 시행됐다.

이날 지역 법조계는 전관예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하루종일 술렁였다. 전관예우로 법적용 형평성이 깨지고 반드시 없어져야 할 '공적'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전관예우 문제는 법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의견 등으로 나뉘고 있다.

▲'전관예우'의 실상은=그렇다면 지역 법조계의 전관예우 실상은 어떨까? 대부분의 법조인은 전관예우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고질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년 전 법정에서 대학 강단으로 옮긴 변호사 출신 A교수는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법조계에 만연된 전관예우의 폐해가 심각하다. 지역에도 '전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임료가 일반 변호사보다 '동그라미'가 하나 더 붙고 재판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몇 년 전 부장판사 퇴직 후 지역에서 개업한 한 변호사는 최근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10억원이 넘는 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장판'검사로 있다 변호사 개업을 할 경우 첫 1년간 20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현직 변호사 B씨는 "법조계 내부에서는 '전관은 3년 사이에 평생 벌 돈의 절반 이상을 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료 변호사들의 평가에 따르면 양형 수준이 판사와의 인연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도 적잖다"고 했다. 전관 수임이 돈과 직결되다 보니 잘못임을 알면서도 선후배 사이에 서로 밀어 주고 당겨 주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의 이해관계가 명확한 사건은 전관예우의 대상도 아닐 뿐더러 전관도 사건을 맡지 않고 돌려보낸다"며 "문제는 판단이 애매한 사건이나 얼마의 벌금형을 받느냐에 따라 자리가 왔다갔다하는 정치인 또는 공무원의 사건에서 전관과 현직 법관 사이의 유대는 일정 부분 있다고 봐도 된다"고 털어놨다.

전관예우는 수임 건수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구고'지법 국정감사에서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비례)은 참여연대 조사 자료를 인용해 "대구고법에서는 2007년, 2010년 각 1명의 전직 고법원장이 6개월 이내에 14건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지적했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울산 중구)은 "2007~2010년 8월까지 대구고법원장 2명, 대구지법 부장판사 8명, 판사 8명 등 모두 18명이 퇴직해 이 가운데 13명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고, 9명이 최종 근무지 주변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후반기 형사사건 수임 건수에서 상위 20위 내에 든 변호사 중 17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전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 효과가 있을까=반면 '사람'에 대한 예우는 있을 수 있지만 '사건'에 대한 예우는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법조인들도 많다. 대구지방변호사회 한 관계자는 "전관이라고 해서 유죄가 무죄로 돌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전관들은 어제까지 법정에 있었던 사람이다. 이들보다 법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당연히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실력 있는 변호사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일반인들의 우려와 달리 전관에 대한 예우는 있지만 사건에 대한 예우는 있을 수 없다"며 "전관예우 문제는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관예우 금지법'은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번 '전관예우 금지법'은 판'검사의 개입을 일부 막을 수 있겠지만, 소송 의뢰인들이 전관에게 몰릴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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