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골프 동호회 '오우회'…"스코어보다 도란도란 세상 얘기가 즐겁죠"

전 직장 선후배끼리 술자리 대신 4년째 모임

스크린골프 모임
스크린골프 모임 '오우회' 회원들이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서보균·연재덕·장우익·서열교·지경균 씨. 이날 김재열 씨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성일권기자

서열교 씨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면 어김없이 대구 중구의 한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한다. 그 시각 각기 다른 방향에서 5명의 전 직장 선후배들도 서둘러 스크린골프장을 목적지로 달려온다. 인근 식당에서 허기를 달랜 후 이들은 곧바로 골프장 회동을 시작한다. 골프모임이지만 점수 내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도란도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는 것이고, 골프는 그 수단이다.

전면에 펼쳐진 그린을 향해 순서에 따라 샷을 날리며 각자의 사업이야기, 건강, 집안의 사소한 일까지 자질구레한 작은 변화까지도 공유한다. 비록 막힌 방이지만 기분은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골프장을 거니는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스크린골프장 회동은 2007년부터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모임 이름을 오우회(五友會)로 정한 건 그해 5월부터 스크린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장 선후배들입니다. 20, 30년을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얼굴을 마주하다 한두 명씩 퇴직하면서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가끔 연락이 닿아 만나면 술을 마셨죠. 모임이 만들어진 것도 술집에서였죠. 2007년 5월, 술잔을 기울이다 좀 더 건전한 방법으로 얼굴을 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 스크린 골프를 시작하기로 했죠."

서열교 씨는 "처음에는 5명이었지만 서보균 씨의 가입으로 6명이 됐다"고 했다. 지금은 모두 퇴직해 코오롱 협력업체 사장으로 일하고 몇 명은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모임이 있을 때면 젊음을 불사르며 청춘을 바쳤던 재직 당시로 돌아간다. 공교롭게도 6명은 2명씩 나이가 같아 서로 간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회장 김재욱'지경균 씨는 65세, 서열교'장우익 씨는 58세, 연재덕'서보균 씨는 막내로 54세다.

모임이 오래 지속되는 건 건전하게 스크린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장우익 씨는 "술자리는 다음날 피곤하고 과음하면 건강도 해치지만 스크린골프는 적당히 이야기할 시간을 주는데다 큰 부담 없이 재미도 있어 모임 참석률이 높다"고 했다.

연재덕 씨는 "스크린골프장 사장이 예약을 따로 하지 않아도 매주 화요일 똑같은 방을 비워준다"며 "급한 일이 없는 한 회원들은 모임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모두가 오래전부터 골프를 쳐왔기에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매력. 서로 실력이 비슷해 이기고 지는 것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필드에서 치는 것과는 좀 다르지만 기계가 읽어주는 거리를 보면서 기교를 발휘할 수 있는 게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지경균 씨는 "잘 맞았는데도 생각과 다르게 공이 날아가 허탈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잘못 쳤는데도 좋은 위치에 공이 가면 웃음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나이스 샷"을 연호하며 하이파이브로 서로의 손바닥을 쳐줄 땐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간다. 장타가 나올 땐 박수도 끊이질 않는다. 6명이 한꺼번에 모일 땐 방 2개를 빌려놓는데, 서로 뒤지지 않으며 더 큰 목소리로 기분을 낸다.

프로모드에 최상위 코스를 선택해 실력을 겨루지만 내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돈을 잃어 기분 좋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모임은 가족들의 피크닉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가끔 가족들을 초청해 맛 기행을 떠난다. 이때는 회원들이 궂은일을 도맡아 가족들에게 봉사한다.

"인생처럼 골프도 제멋대로 되지 않지만, 응원해주는 벗들이 곁에 있어 인생도 골프도 기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겠지요." 회원들의 얼굴엔 깊은 우정이 주는 밝은 주름살이 하나 둘 새겨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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