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기' 범한 그린피 인상…'벙커' 빠진 골프 대중화

올들어 개별소비세 부과로 2만∼4만원↑ "필드 한번에 30만원 큰 부

골프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그린피 인상으로 골퍼들의 마음은 무겁다.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에서 한 골퍼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골프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그린피 인상으로 골퍼들의 마음은 무겁다.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에서 한 골퍼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푸른 잔디와 싱그러운 녹음이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골프장으로 향하는 골퍼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올 1월 1일부터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주어졌던 개별소비세 혜택이 환원되면서 골프장마다 그린피가 크게 올라 골퍼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골프 관광 등 국부 유출 방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2010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2만4천120원)를 감면해줬지만 올해부터 다시 골프장에 부과하면서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2만~4만원 정도 인상됐다.

이에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가 평일 15만원, 주말 19만원 안팎까지 올라 카터비'캐디피까지 합하면 25만원, 식사나 그늘집을 이용하면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형편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 일부 대중 골프장도 슬그머니 그린피를 1만~3만원 정도 인상해 대중 골프장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한 골퍼는"필드에 나가는 비용 부담이 늘면서 심리적인 위축감에 두 번 나갈 걸 한 번만 간다. 다들 비슷한지 예년엔 평일 아침 시간대에도 골퍼들로 붐볐는데 지금은 한산하다"며 "주말 부킹도 예년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쉽게 예약할 수 있고, 오후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 등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준 것 같다"고 했다. 지역 골프협회 한 관계자는 "골프가 2016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더 대중화해야 할 판에 오히려 일부 특수층, '있는 사람'의 운동으로 다시 돌아가게 생겼다"며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과 환원된 개별소비세 금액보다 그린피를 더 인상한 골프장들 때문에 골프 대중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린피를 인상한 회원제 골프장들도 골퍼들과 마찬가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골프장 신설에 따른 경쟁, 추위와 잦은 비 등 궂은 날씨 탓에 수년째 이어오던 골프장 내장객 상승세가 꺾인 데다 올해 개별소비세 환원으로 그린피까지 인상되면서 내장객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 한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올 3월 현재 내장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0%나 줄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 213개소를 찾은 내장객은 1천657만2천739명으로, 전년도 1천694만101명(193개소)보다 36만7천362명(2.2%) 정도 줄었고, 홀당 평균 이용객은 3천468명으로, 2009년 3천881명에 비해 10.6%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린피를 적게 인상한 회원제 골프장이나 상대적으로 그린피가 싼 대중 골프장에는 내장객이 몰리고, 많이 인상한 골프장엔 내장객이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그린피 인상 후 내장객이 크게 줄자 고육지책으로 주중 일부 시간대에 요금을 인하하는 골프장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 한 골프장은 주중 일부 요일의 아침 시간대에 2만~5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할인 행사 전엔 오전 시간대가 거의 비어 있다시피 했는데 할인 후 내장객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15~20% 정도 적다는 것. 이곳 관계자는 "3만원 정도 할인이면 그린피 인상 전과 비슷한데도 지역 경기 때문인지 지난해만 못하다"며 "예년엔 아침 시간대에도 꽉 찼지만 지금은 반도 채우기 힘들다. 부킹을 하려고 '난리 나던' 주말에도 시간이 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지금까지는 별로 긴장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고객을 좀 더 잘 모실까 고민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규 골프장들은 회원 확보를 위해 할인 등 혜택을 더욱 파격적으로 제시하는 등 '고객 모시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아직은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골프장은 출혈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부도 등 문을 닫는 골프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린피 인상은 골퍼들의 '스크린 골프장 행'에도 한몫하고 있다. 한 티칭 프로는 "필드에 나가는 비용이 크게 늘면서 필드에 나가지 못한 골퍼들의 발길이 스크린으로 이어져 주말마다 '스크린 골프장'이 꽉꽉 차 예약하지도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며 "반면 필드 골프장은 주말에도 빈 시간이 생기면서 '골프 치러 오라'는 부탁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등 예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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