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감사편지 3

노모 모시고 얘들 잘 돌보는 당신,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대구백화점 10만 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윤근택(경산시 중방동)

다음 주 글감은 '아카시아'입니다

♥ "당신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소"

기다리는 사람 없는 봉화행 시외버스의 차창에 몸을 기대고 지나간 세월과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며 차창 밖을 바라보며 초겨울의 깊어 가는 밤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며 봉화에 이르렀습니다. 이녁이 정성 들여 싸준 짐을 챙겨 자취방에 이르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연탄불을 갈아 넣었더군요. 자취방이 아무리 따사롭다한들 귀염둥이들이 있는 차가운 보금자리만 하겠소.

여보! 위로는 여든이 넘으신 어머니를 잘 모시고 아래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 오누이를 사람답게 크도록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와 어버이로서 맡은 바가 아니겠소. 오늘도 나를 떠나보내고 돌아서면서 작은놈 모르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는지. 나는 언제나 이녁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답니다. 큰아이는 미덥고 든든하며, 능글이는 인정이 넘치고, 나비는 귀엽고 예쁘지. 아이들을 잘 다스려주오. 나는 이녁이 걱정하여 주는 덕택으로 건강하게 지냅니다.

오늘도 밥은 생각대로 잘 되었소. 맛있게 먹다가 세 번째 숟가락에서 돌을 씹었소. 이녁을 생각하며 넋 나간 사람처럼 빙그레 웃었소. 떨어져 혼자 있으니 이녁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답니다. 오는 토요일에는 그리운 집, 정겨움의 웃음꽃이 피는 아늑한 보금자리로 어머니를 뵈러 가겠소. 이만 줄입니다. 1989년 11월 7일 자취방에서.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 "당신의 든든한 지원자 될게요"

소중한 당신에게

모처럼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처음 설렘으로 당신께 다가설 때의 기분처럼 오랜만에 그런 느낌이 듭니다.

당신과의 첫 만남이 이제는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렸습니다.

처음에는 살아온 다른 환경으로 인해 토닥거릴 때는 우리 부부가 이렇게 잘 맞지 않았나 싶었는데 십여 년이 흐르고 보니 지금은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표정만 봐도 알 정도로 닮아 있는 것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는 가 봅니다. 이제는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보고자 서점에서 여러 책들을 챙겨 보며 당신도 열심히 읽어줄 때 그래서 그것을 실천해 줄때 당신을 통해서 좋은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당신 덕분에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부족한 이 사람을 위해 늘 믿고 응원 해주시는 당신이 있기에 이렇게 행복한 오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당신! 앞으로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당신의 반쪽 드림

이유정(대구 달서구 이곡동)

♥ "철 들어가는 얘들 보며 힘 냅시다"

언제나 늘 고생만 해준 나의 동반자 홍재엄마.

우리가 만나결혼한지 16년이 흘렀네요.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신혼 때는 억세고 거친 신랑 때문에 마음고생 많았었고 또한 4년 전 내가 허리디스크 수술하는 바람에 몸 고생 또한 많았죠. 당신은 언제나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고 괴로워도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었죠.

오늘도 허리가 아파 병원 가는 나를 따라나서는 당신을 보며 나의 무능력을 탓해봅니다. 덩치만 크고 목소리만 컸지 난 아무것도 당신에게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은 나 자신이 얼마나 바보스러운지 모릅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다행이 수술한 부분의 이상은 없고 아껴 쓴다면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시며 고생한 허리다 보니 조금만 무리해도 아프다는 말씀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당신의 모습에 나 또한 눈물을 흘렸지요.

홍재엄마! 그 많고 많은 사연 글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지나온 과거에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기에 마음을 다져 봅니다.

이제 의젓하게 철이 들어가는 우리 집 기둥 홍재와 애교 넘치는 예쁜 딸 지현이가 있기에 또 힘을 내어 봅니다. 다시 당신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신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해요! 홍재엄마.

김태구(대구 달성군 다사읍)

♥ 소금기 가득한 빨래 보며 또 울먹

오늘이 벌써 결혼 14주년이네요.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가네요. 결혼식 날 아침 찔레꽃 만발한 담 밑에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안방 한 면을 차지하고 있고 우도 사빈백사에서 찍은 신혼여행 사진 속에서도 활짝 웃는 우리 모습이 있어요.

그때를 기억해보면 참 기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서른이 넘도록 못 만났던 반쪽을 만났다는 것도 미래에 대한 핑크빛 기대도 모두 모두 희망만 가득했죠. 그 사이 두 아이가 태어났고 아직도 처음 기대했던 삶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와서 오늘 웃음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 사진 속에 아무 걱정 근심 없는 웃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부딪히고 다시 일어나면서 배워 온 의미 있는 웃음 말이에요. 겨울이면 추운데서 일하느라, 또 벌써부터 더워지는 여름에는 더운데 일하느라 수고가 많아요. 늘 보직을 잘 못 받아 고생한다고 하지만 그 땀과 노력의 결실로 우리 가족의 의미 있는 웃음이 유지되고 있음에 소금기 가득한 빨래를 뒤집어 세탁기에 넣으며 울컥 눈물이 나려 하네요. 올 여름 더 덥다고 하는데 또 잘 견디어 주길 기도해요.

오늘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으며 맛있는 저녁 파티해요. 귀하고 감사한 그 손과 튼튼한 다리와 넓은 가슴으로 더 큰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당신과 내가 되어요. 결혼기념일 축하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정은선(대구 수성구 황금동)

◆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해 미안"

유진, 경준, 경민이 엄마 !

우리가 결혼한 지도 벌써 열하고도 다섯 해가 지났구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나에게 시집을 와서 내가 어릴 적 홀로된 어머님을 모셔야 한다며 농촌의 개량되지 않은 작은 집에서 어머님을 봉양하며 두 남매를 낳고, 우리도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자며 경산에 있는 임대주택으로 이사와 유진이와 띠동갑인 경민이를 낳고 보니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구려!

지나온 세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정겹게 해주지는 못했지만 경상도 사나이의 마음 깊은 곳에는 항상 당신이 자리 잡고 있다오.

명절을 포함하여 열 번의 제사를 모시면서도 불평 한번 없었던 당신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했다오.

10여 년 전 여름휴가를 내어 아버님 제사를 모신 후 아이들과 함께 처가로 가기로 일정을 잡았다가, 아버님 제사를 막 모시고 음복 음식을 준비하다가 장인어르신이 별세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주저앉아 울음을 삼키던 모습,

청도에서 오백여 리 떨어진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로 향하면서 차안에서 엉엉 울던 모습, 처가에 도착하여 별세하신 장인어르신을 부여잡고 목 놓아 통곡하던 모습, 평소 장인어르신이 즐겨 쓰시던 낡은 돋보기안경을 만지며 애통해하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짠하다오.

아직도, 여자는 출가외인이라고 아버님의 기일 앞날인 장인어르신의 기일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미안해하는 속 깊은 당신 !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아옹다옹 말고 삼남매 잘 키우고 열심히 한번 살아 봅시다.

이근항(경산시 백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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