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군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철저히 조사하라

주한 미군이 1970년대 후반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 내에 맹독성 물질인 고엽제를 몰래 대량으로 묻었다는 의혹이 폭로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방송이 어저께 보도한 당시 군무원 인터뷰에 따르면 1978년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표기가 된 드럼통 250개를 기지 내에 매립했다는 것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미군 측의 이 같은 범죄적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캠프 캐럴은 그동안 여러 차례 폐수를 무단 방류하거나 심각한 석면 오염 문제를 일으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로부터 비판받아왔다. 여기에 각종 암과 신경 마비를 유발하는 독성 물질 다이옥신이 든 고엽제를 대량으로 묻었다니 주한 미군 측의 저급한 환경 의식과 무책임한 처사에 대해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기지는 영남민의 상수원인 낙동강 본류와 불과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하천 오염은 물론 주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고엽제 매립이 향후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통해 미군 측에 응분의 책임을 묻고 지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지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 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환경부가 19일 캠프 캐럴 주변에 대한 지하수'하천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를 통해 기지 내부에 대한 공동 조사를 미군 측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군 측은 조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고 관련 기록 등 자료들을 하나도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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