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남자들에게 축구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축구장에 가거나 TV로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삶의 한 방식이다. 아버지가 응원하는 팀을 아들이 응원하고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약속도 축구 경기를 피해 정한다. 축구 이야기로 날이 새고 지는 그들에게 축구 없는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들에게 빵과 축구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축구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처럼 축구를 사랑하기에 과거의 축구 역사도 오늘날에 생생하게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차범근은 독일인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축구 스타이다. 2006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독일인들은 중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차범근을 알고 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축구 사랑의 풍토에서 오랫동안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 골 기록을 보유했고 유럽 축구 정상에 오른 차범근은 전설로 통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자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평가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도 차범근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23일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시즌 8골, 6도움으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박지성은 이번 시즌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최다인 19회 우승을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올 초 허벅지 부상으로 두 달여간 결장하지 않았더라면 10골 이상도 가능했다.
박지성은 2005년 PSV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한 후 주전으로 자리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폭넓은 움직임과 영리한 플레이로 존재 가치를 확인시켰고 올 시즌에는 부족했던 골 결정력까지 갖추며 핵심 선수로 탈바꿈했다. 박지성은 29일 FC바르셀로나와 맞붙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열세로 예상되는 맨유가 이길 수 있는 열쇠를 쥔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으면서 공격에도 힘을 보탤 선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이 뚜렷한 발자취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자랑스럽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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