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다시 들고 나왔다. 친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히지만 수조원에 이르는 재원은 고려하지 않은 채 총선'대선만 의식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반값 등록금 주장이 제기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좌클릭' 움직임에 경고 내지 우려 메시지를 낸 직후라는 점에서 여권 내부의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한나라당이 중심 잡고 일관적으로 정책 추진해나가면 지지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정책의 변화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였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내부에는 친서민정책 추진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소장파와 친박계 등 신주류들의 이야기다. 물론 구주류를 중심으로 기존 정책 노선으로부터의 급격한 변경은 득표에도 유리할 게 없다며 보수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전당대회 때까지 치열한 노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최우선 (민생)과제로 선정해 최선의 안을 만들겠다"며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쇄신의 핵심은 대학 등록금 문제"라며 "학생, 학부모, 대학 당국자, 정부 등을 만나 등록금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20일 청와대 회동에서 등록금 문제가 거론됐고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황 원내대표는 특히 "대학 등록금이 무상인 나라도 있다. 국가 철학과 연관되며 국민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해 '무상 등록금' 검토도 시사했지만 간담회가 끝난 뒤 "무상 등록금 검토의 뜻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번 주 내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갖고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의 구체적 방안으로 중위 소득계층(소득구간 하위 50%) 대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확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은 "현 정부 들어 기초생활수급자는 이미 1인당 연 500만원을, 차상위계층은 성적우수자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며 "향후 예산 추계를 감안해 중위소득자까지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원에 대해서는 "추가 감세 철회,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월 정부 추계치를 근거로 반값 등록금 실현에 따른 재정 부담을 4조9천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반값 등록금 대상을 중위 소득계층으로 제한할 경우 2조5천억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도 지난 1월 반값 등록금 실현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어 여야간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이번 6월 국회에서 일자리, 구제역, 친환경 무상급식 추경에 이를 포함해 처리하자"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정책에서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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