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에 나선 시공사들이 '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몇 년간 이어져 온 '할인 분양'에 익숙해져 있고 분양 물량 대다수가 중소형 아파트인 만큼 분양가에 대해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한동안 대구 분양 시장이 분양가 '고공행진'을 해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가격 낮추기' 경쟁에 들어간 상태"라며 "분양 업체들이 막판까지 분양가 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춰야 산다.
이달 20일 수성구 범어숲 화성파크드림S단지를 공개한 화성산업은 분양일 직전 가격을 새로 책정했다.
100㎡(30평)형 아파트의 기준층 기준 3.3㎡(1평) 가격을 950만원대에서 40만원 낮춘 것. 이에 따라 전체 분양 가격은 3억2천~3억4천만원에서 3억~3억2천만원대로 낮아졌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30평형대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고 분양 가격이 계약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고심 끝에 분양가를 인하했다"며 "수성구 범어동에서는 '다시 올 수 없는 분양 가격'이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분양가를 내린 이후 화성산업은 5년 전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가구당 1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발코니 확장 비용을 회사 측에서 부담하는데다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권진혁 영업이사는 "예전처럼 발코니와 중도금 이자를 계약자 부담으로 돌리면 실 분양가는 800만원 초반대로 내려가 2005년도 가격 수준"이라며 "원자재 인상과 범어숲이 2년 뒤 입주 아파트란 점을 감안하면 실 분양가는 5년 전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분양한 코오롱 건설의 '수성못 하늘채' 단지도 최근 분양가를 확정했다.
재건축 단지로 사업 수지가 이미 적자 단지여서 분양가 인하에 한계가 있지만 초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 인하' 회의를 거듭한 탓이다.
코오롱 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및 발코니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고 30평형 기준층 분양가격도 2억5천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결정했다"며 "미분양 부담을 덜기 위해 추가로 발생한 수십억 적자를 감수했다'고 밝혔다.
27일 분양하는 동구 봉무동 포스코 건설의 이시아폴리스 더샵 2차 단지와 달서구 감삼동 삼정건설의 용산 브리티시 단지도 '저분양가 정책'을 펴고 있다.
더샵 2차 단지 30평형대 평당 분양가격은 650만원, 용산 브리티시는 670만원대며 중도금 무이자와 발코니 무료 확장 조건을 내걸고 있다.
삼정건설 관계자는 "입지는 달서구에서 최고 요지지만 분양가는 지난해 분양한 단지보다 오히려 낮게 책정했다"며 "분양가 인상을 고민했지만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저분양가 정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수요자
낮아진 분양가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단 지난주 분양한 범어숲 파크드림 S단지와 수성못 하늘채 단지 시공사들의 경우 '낮춘 분양가'에 만족하는 표정이다. 모델하우스 문을 연 이후 3일 동안 1만여 명이 넘는 수요자들이 방문했고 계약을 위한 상담자도 하루 300~400명에 이르고 있는 것.
눈에 띄는 것은 대구뿐 아니라 타지 투자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분양 업체 관계자들은 "부산과 경남뿐 아니라 대전에서까지 계약 문의가 오고 있다"며 "1순위에서 계약이 끝나고 있는 부산 주택시장 영향에다 대구 신규 단지 분양가격이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외지 투자자들이 계약에 앞서 대구 주소를 둔 '1순위 청약 통장'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부동산 업계에서 떠돌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대구 미분양이 아직 1만여 가구 있지만 대부분이 중대형으로 20, 30평형대인 신규 분양 시장과는 수요자층이 달라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1순위 청약률이 높아지면 기존 중소형 아파트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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