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로 예정됐던 통신 요금 인하 방안 발표가 또다시 연기됐다. 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이 정부가 마련한 통신료 인하안을 알맹이가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구당 월평균 14만 원이나 되는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기본료(표준요금제 기준 월 1만 2천 원)와 가입비(3만 6천 원)를 내려야 하는데 정부의 인하안에는 바로 이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안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청소년'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가입비 50% 인하는 그 대상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이용자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문자 메시지 50건 무료 서비스 역시 할인 금액이 월 1천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문자 메시지는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스마트폰 무료 문자 앱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여러 가지 방안을 늘어놓았지만 실질적인 인하 효과는 없는 눈속임이다. 이런 방안을 내놓은 방통위의 강심장이 놀랍다. 방통위는 그동안 통신료 인하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방통위가 국민이 아니라 통신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번 인하안으로 그런 비판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이 이러니 국민은 과연 어디에 기대야 할지 참으로 답답하다.
현재 통신비 부담은 가계 지출에서 식비와 교통비 다음으로 큰 항목이다. 이런 통신비 고통의 경감은 기본료와 가입비를 대폭 낮추지 않고서는 힘들다. 이동통신 사용자가 아무리 통화를 적게 해도 한 달 통신요금을 2만 원 이하로 줄이는 것이 어려운 것은 바로 기본료 때문이다. 이를 손대지 않는 것은 결국 통신료를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방통위는 언제까지 이런 눈속임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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