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엄연히 시장이라예."
23일 오전 6시 대구 중구 달성공원 입구. 이른 아침이지만 공원 앞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 5시에서 8시까지만 열리는 '번개시장' 때문. 1㎞ 정도 이어지는 10여m 폭의 달성공원로 양쪽 길로 빈틈없이 100여 개의 노점상이 들어서 있었다. '이거 얼마예요?' '조금 더 담아줘요'라며 장을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채소를 파는 60대 상인은 "싸게 내놔도 손님들이 깎아 달라고 하고 덤으로 달라고 한다"며 "이런 게 진짜 시장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달성공원 앞 번개시장이 대구의 새로운 명물 시장이 되고 있다.
8년 전부터 '시장'으로 규모를 갖추기 시작한 이곳은 저렴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갈수록 손님이 늘고 있고 주말이면 달성공원 앞은 차가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상인과 손님들이 몰린다.
이곳의 최고 경쟁력은 역시 저렴한 가격. 웬만한 식자재는 천원 한 장으로 살 수 있다. 속이 꽉 찬 양배추 한 통, 큼직한 두부 한 모, 오이 3개가 1천원이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새벽 도매상에서 떼어온 물건을 첫선 보이는 자리인 만큼 물건들이 신선하다.
8년 전과 비교해 변함없이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아침 장을 보던 유미숙(43'여) 씨는 "몇 년째 물가 변동과 크게 상관없이 항상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다"며 "상인들 인심이 좋아 덤으로 얹어주기까지 하니 애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채소상인은 "손해를 보면서 싸게 물건을 팔기도 한다"며 "우리 집 채소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똑같다"고 했다.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것도 손님들을 끄는 이유다.
이동식 정육점부터 채소류, 해산물까지 아침상을 풍성하게 할 식재료들이 가득이다. 가방, 장갑, 모자, 신발, 의류도 싼값에 살 수 있다.
번개시장 상인 정진규 씨는 "대구시내 장사꾼들이 새벽장사를 하는 곳이다 보니 각종 물건이 다 있다"며 "두꺼비 기름처럼 요즘은 좀체 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파는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새벽에만 섰다 사라져서 일명 '도깨비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벌써 8년째 날씨가 궂은 날을 제외하고는 365일 장이 선다. 상인 대부분이 서문시장이나 팔달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전 '마수걸이'를 하려고 이곳에 노점을 편다. 2년 전부터 번개시장에서 새벽 장사를 한다는 상인은 "경기가 나쁘다지만 번개시장은 큰 영향이 없다"며 "마수걸이는 하고 가니 기분 좋게 하루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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