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이 오름과 동시에 웅장한 서곡이 흐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 부르고 연기한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보답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빛이 없는 어두운 무대 뒤에서 검은 옷을 입고 무전기와 장갑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두 손에는 온갖 색을 칠하고 분장실에서 땀 흘리며 들어오는 배우들의 얼굴과 머리를 매만진다. 무전을 받으며 황급히 소품을 들고 뛰는 사람, 단추가 엄청나게 많은 음향장비를 TV리모컨을 누르듯 자유로이 만지는 사람, 무대를 등지고 객석을 살피는 사람 등 무대 위의 연기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조명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역할에 땀 흘리고 있는 모습이 무대 뒤 풍경이다. 그러나 관객들 중 누가 그들을 기억하고 박수를 쳐줄 것인가? 하지만 그들은 '만들어내는 사람들'로서 자신의 일에 웃으며 땀 흘린다. 또 시장의 크기가 고만고만하다보니 박하기 짝이 없는 보상으로 대하는 심정이 어찌 아리지 않으랴.
무대 막이 오르기 석 달 전 즈음으로 돌아가 보면, 이번에는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선정하며 계획을 짜고 하는 단계가 시작된다. 혼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연주하는 개인 작업이 아니라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의견을 주고받음 끝에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종합예술분야다. 각색을 거쳐 배우들이 캐스팅되고 연습에 들어간다. 배우들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연습은 매일 계속된다. 이런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staff)의 노력은 공연에서 관객들의 박수로 보상되니 글로 써 보면 참 허망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무대 위 예술가들인 연기자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되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이들이 바로 스태프라고 통칭된다. 아름다운 꽃이 피면 사람들은 향기를 맡으려 하고 사진으로 담으려 한다. 하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한 뿌리며 줄기에는 시선이 머물지 않는다. 화려한 조명 대신 형광등을 아름다운 의상 대신 작업복을 입느라 그런지 아직 지역 공연계에는 그리 두터운 인적인프라가 형성되어있지 않다. 새로운 얼굴의 배우, 성악가 들은 오디션을 통해서든 대학에서든 나타나지만 스태프는 신인이 작품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분들이 스태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절실함을 깨닫고 있는데 그리 쉽게 좋아지지 않고 있다. 한 분야 한 분야를 보면 아주 좋은 분들이 있지만 종사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큰 박수와 환호를 스태프에게 보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의 예술전공과에서도 스태프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스태프의 성장 없이는 공연예술의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합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장르에서는 어느 한 분야의 수준이 떨어지면 그 수준만큼 완성도도 떨어진다.
공연예술 중심도시에 특정 분야 종사자가 극소수라면 균형 잡힌 예술의 성장은 참 힘들다고 봐야 한다. 무대와 소품, 조명과 음향, 의상과 분장 그 밖의 많은 분야에 묵묵히 종사하고 있는 '그 분들'을 힘차게 응원한다.
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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