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김정은 방북 오보와 지피지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중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일제히 보도하였다. 이러한 오보는 연합뉴스가 이날 오전 9시14분 '김정은 투먼 통해 방중'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정부 당국 그리고 북한 전문가들도 오보가 오보를 낳는 집단 오보를 만드는데 한몫 하였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있은 후 방중 주체가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문의가 정부 당국에 몰리자,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의 정황으로 봐서 오늘 새벽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 단독 방문인지, 김정일과 같이 갔는지는 좀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은 혼자 간 것으로 보이며 방문지는 베이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정은 방중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자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은 방중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정은 방중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해준 것은 북한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김정은이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되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후계자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중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의 방중이 이른 시일 내에 있을 것으로 분석, 예견하여 왔다.

그러나 9시간 지난 그날 오후 5시 중국 헤이룽장성의 무단장 시내 호텔에 김정일이 머물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단독 방중 보도는 사실이 아닌 오보가 되었다.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임을 상기할 때 이러한 집단적 오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오보가 북한과 관련해서는 유독 많고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오보가 난무하는 한 북한의 실체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며 올바른 대북정책을 세울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오보와 황색저널리즘 (yellow journalism)에 가까운 보도가 난무하는 것일까? 북한의 폐쇄성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보도가 대중에게 나가기 전 더욱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하고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양태는 결코 올바른 보도의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면 북한에 대한 정황은 무엇인가?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겠다고 벌써 오랜 전부터 공언해왔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그리고 노동신문과 같은 공식 매체를 통해 강성대국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왔다. 이들은 강성대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상'정치, 군사 그리고 경제의 세 가지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데 사상'정치 그리고 군사의 고지는 이미 점령되었으며 경제의 고지만 남겨두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경제 고지라고 하는 것은 결국 경제개발을 의미하는 것이며 미국의 경제봉쇄를 받고 있는 북한의 실정에서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필수사항이다. 또한 북한의 경제개발은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협력을 하여야 한다.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 즉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선도지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라선, 청진, 원산, 신의주 등이 물류 및 산업 허브 등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2012년이 7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정지어야 하며 유일지도체제라는 북한의 정치체제를 고려할 때 김정일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직접 확정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방중의 주역은 김정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의 김정은 단독방중의 오보는 정부의 정보부재 또는 취약한 정보력 때문이기보다는 북한을, 그리고 동북아 정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언론과 정부 당국,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는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하였으며 적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고 하였다. 그러나 적의 실정은 물론 아군의 전력까지 모르고 싸운다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과 동북아 정세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여 대북, 그리고 동북아 외교정책을 세움에 있어서 지피지기가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박후건(경남대 교수·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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