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유료화' 설이 제기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적이 있었다. 결국 통신사업자와 카카오톡 측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힘으로써 일단 논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사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진짜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과적차량의 무한질주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망 중립성'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수수방관하기만 했던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본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는 것. 논란의 불씨를 댕긴 것은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때문이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1천300만 명에 이르면서 통신업체들은 이들이 차지하는 데이터 용량이 너무 과도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게 된 것.
급기야 최근에는 한 통신업체가 카카오톡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무료 사용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야 했다.
이동통신망을 흔히들 고속도로에 비유하곤 한다. 음성과 문자, 데이터 서비스 등을 실어나르는 고속도로를 구축해 놓은 것이 바로 통신사업자들이다. 이들은 통신요금을 받고 사용자들에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룰'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것. 카카오톡 등으로 대표되는 무료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를 비롯해 마이피플, 탱고(tango), 스카이프(skype)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등이 봇물을 이룬 것이다. 게다가 음악과 영화, 도서, 게임 등 다양한 상품들 역시 데이터망을 타고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지금까지 한산했던 고속도로가 거대한 차량들로 가득 차버리는 상황이 됐다. SKT 측은 "벌써 서비스 용량의 90% 수준을 육박해 포화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울고 싶은 통신업계
당황한 통신업계는 이제 와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 1천만 이용자가 하루 한 통만 문자서비스를 대신해 이를 사용한다고 해도 통신사는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놓치게 되는 셈인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은 망 과부하를 유발하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콘텐츠 서비스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거대 차량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아 혼잡을 막고, 그들의 수익원을 보장받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앱의 확산 속도와 통신사 매출이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통신사업자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수법을 도입했다. 또 일부 무제한 통행 상품을 구입한 이용자도 너무 과도하게 데이터망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루 사용한계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콘텐츠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용자들은 "월 5만5천원 이상이라는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무제한 이용을 보장받았는데 왜 운송받을 수 있는 상품에 제한을 두느냐"는 항의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망 중립성' 문제다. 통신사업자나 케이블사업자 등 망을 취급하는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들의 콘텐츠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이 '망 중립성'이다. 인터넷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은 그 내용과 유형, 서비스나 단말 종류, 수'발신자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인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과다적재 차량을 단속하듯 통신사업자가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비유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콘텐츠사업자들에게 차등적으로 비용을 부과하게 되면 더 이상 콘텐츠 서비스의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대형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미 이용자들에게서 통신망 사용료를 거둬들이고 있는 입장에서 콘텐츠사업자들에게 또다시 요금을 받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가 하는 논의도 있다. 이미 버스 승객 1인당 통행요금을 부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사업자에게 다시 통행요금을 받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이미 망 과부하 문제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상황에서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 포럼 구성을 끝내고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스마트시대 망 중립성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국내 주요 통신사, 인터넷기업, IT제조사와 학계'연구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에 앞서 결성된 망 중립성 포럼은 김용규 한양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학계'통신사'인터넷'제조사'시민단체 등 총 24명이 참여했다. 방통위는 포럼 운영 결과와 정책 자문 등을 통해 제시된 의견 등을 반영해 올해 중에 망 중립성에 관한 정책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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