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질경이

"평소 손발 붓거나 방광염·후두염·변비 등에 좋아"

요즘 현대인들은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부어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반신욕 등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질경이도 많은 도움을 준다.

질경이는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사람의 발길에 짓밟히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잡초다.

질경이는 산속에는 없는 식물이기 때문에 산길을 헤매다가 질경이를 발견하게 되면 인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게 해 주던 지표(指標)식물로 마치 산속에서 나침반이나 지도와 같이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질경이는 차전초(車前草)라고도 불린다. 중국 한(漢)나라 때 마무(馬武)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가뭄이 들고 전쟁에서 패배해 돌아오는 길에 사병들은 굶주리고 물도 없어 매우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병사와 말이 병들어 피오줌을 누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중 몇 마리의 말은 병이 들지 않아서 말 주변을 살펴보다가 말들이 먹는 풀을 발견하고, 모든 장병에게 이 풀을 끓여 먹게 하였는데 모든 군사의 병이 낫게 되었다. '마차(車) 앞(前)에 있는 풀(草)'이라 해서 차전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질경이를 그저 길가에 흔히 자라는 잡초로 여길 뿐 여러 가지 효능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질경이는 줄기는 없고, 잎은 뿌리에서 뭉쳐나오며 타원형 모양으로 길이 4∼15㎝, 폭 3∼8㎝이다.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질경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지상부인 전초를 차전초(車前草), 우설초(牛舌草) 등으로 부른다. 예부터 기근으로 인해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 주로 어린잎을 채취하여 국을 끓여 먹거나 나물로 주린 배를 채운 구황식물(救荒植物)로 이용되었다.

질경이 씨앗인 차전자(車前子)는 가을에 꽃대를 채취해 햇볕에 말린 뒤 손으로 비벼서 껍질과 불순물을 제거한 후 약재로 사용한다.

한의학적으로 차전자의 성질은 약간 차면서 맛이 달다. 차전자는 아래로 배설시키고 열을 내리는 청열이뇨(淸熱利尿)의 효능이 있다. 그래서 손발이 붓거나, 소변의 양이 적고 배뇨가 원활하지 못해 통증을 느끼는 방광염'요도염 등에 효과가 있다. 습(濕)한 것을 제거하며 설사를 멈추게도 한다. 또한 간기능을 활성화시켜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눈이 충혈되거나 붓고, 물체가 희미하게 보이는 증상 등에 효과적이다. 또한 담을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하는 거담지해(祛痰止咳)의 효능도 있어 만성기관지염'후두염 등에 응용된다. 이외에도 차전자는 수분을 흡수하면 부피가 팽창하는 특성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치료에도 좋다.

차전초에는 아우큐빈'프란타기닌'우르솔산'헨트리아콘탄, 차전자에는 다량의 점액질'호박산'아데닌'콜린'팔미틴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프란타기닌은 호흡 중추신경에 작용해서 호흡기의 운동을 깊게 하거나 느리게 하는 작용이 있어 기침을 멎게 하며, 체내의 분비신경을 자극하고 흥분시켜 기관지의 점액과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약리학적으로 차전자에는 이뇨'항균'진해거담'소염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실험에서 차전자 추출물은 기관지의 점액 분비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 기관지염 등에 효과가 있으며, 각종 세균에 대하여 항균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위액분비 조절작용이 있어 분비가 많으면 억제 작용을 하고 적으면 항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방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변비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차전자는 평소 대변이 묽은 사람의 경우 많은 양을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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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장아찌

1.질경이 어린 잎을 따서 물에 씻은 후 물기를 뺀다. 2.멸치'다시마'대파'마른 표고'통후추 등을 넣고 20분 정도 끓여 육수를 만든다. 3.준비된 육수에 간장과 식초'설탕'매실 엑기스를 넣고 끓여준다. 4.간장물이 끓으면 미지근하게 식혀서 통에 질경이를 넣고 붓는다. 그리고 무거운 돌로 눌러준다. 질경이 잎이 큰 경우는 뜨거운 간장물을 그대로 부어주면 더욱 부드러워진다. 5.질경이에 간장물을 부은 후 3, 4일 간격으로 2번 내지는 3번, 다시 한 번 간장물을 따라내서 끓인 후 붓기를 반복한다. 20일 정도면 맛있게 숙성된다.

◆차전자차

질경이 씨를 여름에서 초가을에 채취해 약한 불에 서서히 볶는다. 질경이 씨 5g에 물 2ℓ를 붓는다.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달여 하루 2, 3차례 마신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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