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최고의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는 미국 동부의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획일화된 교육과 규범 속에서 명문대 합격과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억눌려 있는 학생들을 향해 키팅 선생님은 "현재를 즐기라"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친다.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그들은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마침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자전적 소설 '토토의 창가'에 나오는 토토는 주의가 산만해 매번 수업을 망치는 통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퇴학을 당한다. 결국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을 찾게 되는 토토는 그곳에서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만난다. 문제아 토토를 따뜻하게 맞아준 고바야시 선생님은 끊임없이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깨닫도록 가르쳐 줌으로써 비로소 토토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이다. 한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는 데는 수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고, 다양한 영향력 아래서 차츰 성장해 나간다. 그 가운데서도 그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교육의 중심에 있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 한 분쯤은 있을 것이다. 스승의 가르침은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고바야시 선생님과 키팅 선생님이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다.
올해로 서른 번째를 맞은 스승의 날은 그 유래에 관해 조금 다른 견해가 있지만, 대개 충남 논산 강경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당시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석에 누워 계신 퇴직한 은사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던 것이 이후 전국 학교로 확대되면서 지금의 '스승의 날'로 정착되었다는 내용이다.
스승의 날이 다름 아닌 학생들 스스로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출발했다는 데 필자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학생이 선생님을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풍토 위에서 진정한 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요즘 학교 현장을 바라보면 자못 걱정스럽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인간적인 교류가 오가고 존경과 사랑이 싹트기에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너무나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체벌금지가 시행된 이후 교권 추락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교사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총 조사결과에 따르면 매년 교사의 사기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제자가 스승에게 대드는 것을 엄벌로 다스렸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지금은 스승의 권위가 무너진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무너진 권위를 함께 세우는 데 동참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권위는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선생님 스스로의 노력이 필수다. 아직은 존경받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이 더 많다는 점과, 지금 이 시간도 참신한 교육관으로 무장한 젊은 선생님들이 탄생되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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