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저는 다르게 봅니다. 겉보기와 다르게 정말 다이내믹한 직업이거든요. 현장의 움직임을 반영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기존 제도도 현실에 맞게 바꾸는 일은 늘 무엇인가 변화시키는 작업입니다."
행정안전부 남재걸(42) 행정구역팀장은 "국가 경영의 틀을 바꾸는 역사의 순간에 동참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공직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는 국가백년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뒤 마산-창원-진해 통합 작업과 내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준비에 실무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치단체 M&A 전문가인 셈이다.
남 팀장은 자치단체에서 쌓은 경험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1997년 행시에 합격한 뒤 군위 우보면장과 군위군 새마을과장, 경북도 미래전략산업팀 사무관을 지낸 뒤 2007년 행안부로 옮겨왔다.
"면장 시절 제가 겨우 서른이었는데 이장님들 중에는 환갑이 넘은 분도 많았죠. 좌충우돌하며 참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덕분에 중앙정부의 정책이 일선 면사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어 신중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꼽는 일도 면장 재임 때였다. "당시 면장실이 12평쯤 됐는데 PC방으로 개조했습니다. 농민들도 컴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지요. 대기업을 설득해서 구형 컴퓨터 15대를 얻어왔고, 저녁에는 직접 강의도 했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청송 도평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동중학교 2학년때 상경했지만 그를 출향인사라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 주소지가 대구이기 때문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약사로 일하는 아내와 딸이 서울 생활이 싫다고 해 제가 4년째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갑니다. 모친께서도 아직 청송에 계시고요. 어릴 때는 고추농사가 정말 싫었는데 요즘은 고향 갈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지방이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경북대에서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지역 혁신을 주제로 도시'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귀국 후에도 매년 한 편씩 학술지에 논문을 게제하고 있는 노력파다.
"제 삶의 신조가 논어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입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는 말인데, 박사답게 사는 게 정말 힘드네요. 하지만 나랏돈으로 공부했으니 배운 만큼 국가에 봉사해야죠."
서울 동성고와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구시청 최영호 교통정책과장과 고시 동기이자 동서지간이기도 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