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 엄마'에 배냇저고리를… "미혼모 편견 바로잡자"

"미혼모 편견 바로잡자" 혜림원 행사 참여 늘어

동아백화점 직원들이 미혼모를 위한 배냇저고리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 배냇저고리는 미혼모들에게 전달돼 아기들에게 입혀진다.
동아백화점 직원들이 미혼모를 위한 배냇저고리 만들기에 한창이다. 이 배냇저고리는 미혼모들에게 전달돼 아기들에게 입혀진다.
배냇저고리 만들기 행사 참여자들이 직접 쓴 희망메시지.
배냇저고리 만들기 행사 참여자들이 직접 쓴 희망메시지.

"미혼모는 '소녀'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어린 엄마들과 그 아기를 위해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세요."

대구사회복지회 혜림원은 지난해 말부터 '바늘구멍에 사랑 꿰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혼모를 위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는 이 행사는 사회복지사 노경민 씨가 제안해 채택된 것이다. "미혼모를 위해 실질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배냇저고리 만들기를 제안해봤어요."

배냇저고리 만들기는 간단하다.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들이면 바느질 초보자라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옷감과 바늘, 실이 패키지로 묶여 있다. 9천원의 비용을 내면 혜림원에서 이 패키지를 우표가 붙은 반송 봉투와 함께 보내준다.

배냇저고리를 통해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미혼모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다. 사회복지사 노 씨도 미혼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이 행사를 제안했다.

"한 여자가 출산을 하면 주변 모든 사람들로부터 축복받잖아요. 하지만 미혼모는 출산해도 누구 하나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어요.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죠. 그들 역시 '엄마'인데 말이에요."

아기를 가진 미혼모들은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로부터 온 배냇저고리와 메시지를 보고 감동한다. 이들이 펼쳐본 메시지는 가슴 뭉클하다. "엄마와 아기가 모두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힘들고 슬플 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미래의 내 아기에게 입혀주려고 산 옷인데 깨끗이 세탁해서 같이 넣었어요. 저는 또 사면 되니까요."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은 이미 이뤄졌다고 강력하고 믿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하나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작은 '엄마'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이다. 때로는 배냇저고리와 함께 양말, 옷 등의 선물을 같이 넣어 보내기도 한다. 미혼모들은 유독 이 배냇저고리를 아낀다. 누군가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준다는 느낌이 미혼모들에겐 감동이다.

지금까지 180여 명이 배냇저고리 만들기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동아백화점, ㈜삼성토탈 등에서 단체로 주문해 제작 중이다. 동중학교 학생 30여 명도 옷감을 받아갔다. 대구 혜림원 미혼모들에게 나눠주고 남는 것은 전국의 다른 지역으로 배포한다.

대구 사람은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다고들 하지만 의외로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담당 사회복지사들도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배냇저고리 만드는 사업에 동참해주고 있어 보람 있다고 했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인 만큼 저희도 자부심이 커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보고 서울이나 충청도, 전라도에서도 배냇저고리 만들어주기 행사에 동참하고 계세요. 보수적이라는 대구 시민들은 물론이고요."

배냇저고리 만드는 재료들은 미혼모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모두 함께 손수 챙긴다. 바늘, 실, 편지 등 투박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정성은 누구보다 듬뿍 들어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최근 미혼모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걱정이다. 10대부터 30대까지 고루 분포하지만 중학생 미혼모들이 늘고 있다. "상담을 해보면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 채팅 등으로 너무나 가볍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경향이 많아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아기 아빠는 이미 연락이 끊겨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죠." 나이 어린 학생들은 부모에게 알리기를 꺼려하다가 가출하고, 영아를 유기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린다. 사회복지사들은 미혼모들에게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준다면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기를 유기한 채 엄마가 사라졌다는 뉴스를 보면, 저는 그 엄마가 미역국을 한번이라도 먹었는지, 몸조리는 제대로 하는지 걱정이 돼요. 하지만 사회는 그 어린 엄마에게 '비정한 엄마'라는 꼬리표를 붙이죠. 한번이라도 배냇저고리를 만들어본 분이라면 미혼모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리라 믿어요." 혜림원 사회복지사들은 사회가 미혼모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냇저고리 만들기에 동참을 원하는 사람은 혜림원(053-756-1392)으로 전화신청하거나 홈페이지(www.haerimwon.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9천원을 내면 배냇저고리를 만들 수 있는 패키지가 배달되며, 완성해서 반송용 봉투에 넣어 보내면 미혼모들에게 전달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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