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불법'비리에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연루된 사실 앞에 국민은 한없는 절망감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 어디서 무엇부터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 갈 데까지 간 것이 아니냐는 것이 국민들의 탄식이다. 이런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주체가 바로 힘 있고 돈 있는 자들, 이른바 지도층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근본부터 회의하게 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과 윤리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신뢰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은 불법과 비리를 적발하고 시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국민들이 이런 권한을 맡긴 것은 바로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불법과 비리를 막는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그들은 배신으로 이를 되갚았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파출부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맡긴 할머니, 노후를 위해 퇴직금을 맡긴 할아버지, 자식 교육을 위해 청소부 일로 모은 돈을 예금한 아주머니의 눈에서 솟아나는 피눈물이다. 그러나 VIP 고객이라는 사람들은 영업정지 전 돈을 모두 빼냈다.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이 연합해 서민의 돈을 갈취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서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신뢰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 인프라다. 신뢰가 무너진 국가치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예가 없다. 신뢰가 없으면 부정부패나 사회적 분열 등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증가한다. 이는 성장에 투입되어야 할 자원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신뢰가 없으면 국민소득도 높아질 수 없다. 부정부패로 꼬꾸라진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증명하고 있는 바다. 우리나라가 수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신뢰의 위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기득권층은 대오각성의 자세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윤리 의식의 재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부와 명예와 권력 모두를 향한 끝없는 탐욕을 버리지 않고서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지 아는가. 윤리 의식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이 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뢰와 윤리가 굳건히 서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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