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대박'의 꿈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 하지만 아무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만이 돈의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법.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보고, 남들이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자만이 부자의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늘 '불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대구 경제.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남다른 아이디어로 과감한 사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대1 맞춤형 증명사진
증명사진은 늘 내 실물보다 못생기게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정하게'라고 표현하지만 왠지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자세 때문일까? 아니면 사진사가 대충 아무렇게나 찍어서 그런 것일까? 애써 자신을 위로해보게 된다. 아무리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하지만 증명사진 속의 내 모습은 웬만해서는 성에 차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많은 양의 증명사진이 필요한 취업준비생들의 경우에는 이곳저곳의 사진관을 순례하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증명사진 찍기를 무한반복하는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증명사진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간파하고 틈새 아이템으로 승부를 건 사진사가 있다. 지노스튜디오 김진호 대표는 '1대1 맞춤형 증명사진'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한 번 만에 찰칵 찍고 마는 증명사진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객과 사진사가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늘 증명사진을 받아든 손님들의 얼굴이 밝지 않다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왜 그럴까를 고민하다가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게 됐다"고 했다.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정작 셔터를 누르는 시간은 5~10분 내외에 불과하지만 옷매무새와 화장, 헤어스타일을 다듬은 뒤 거울을 보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올 때까지 함께 표정 연습을 한다. 그리고 정면과 좌우측을 바꿔가면서 사진을 촬영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포토샵 작업까지도 고객과 함께 마무리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고, 잡티를 지우는 일까지 상의해가며 고객의 마음에 흡족한 사진 한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 찍는 비용은 3만원. 여느 증명사진과 비교하면 2, 3배 비싼 금액이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사진을 원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몰려들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반이나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상당히 입소문이 퍼진 상태. 아무래도 외모에 민감한 여자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고객 중 남자와 여자의 성비는 3대 7 정도라고.
김 대표는 "사실 한 명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크게 수지 맞는 장사는 아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에도 앞장
금산삼계탕 김창민 대표는 올 초 5t트럭을 개조해 홍보용 차량을 제작했다. 음향시설을 설치하고, 한쪽에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식당 설비도 갖췄다. 그리고 외관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스코트인 살비를 비롯한 각종 홍보 이미지로 채웠다.
그리고 전국을 돌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홍보활동을 벌인다. 홍보 인력은 가게 직원과 그가 직접 고용한 도우미들이다. 인순이와 허각이 부른 대회 주제곡 '함께 달리자'를 크게 틀어놓고 1대1로 사람들에게 홍보 전단과 열쇠고리 등의 홍보물을 나눠주며 길거리를 누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비롯해 진해 군항제, 대전 동학사 벚꽃축제,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서울 하이페스티벌 등 전국의 축제현장은 모두 찾아다닐 정도. 특히 얼마 전 개최된 서울 하이페스티벌에서는 전유성의 코미디시장 단원 30여 명과 함께 여의도광장에서 개그를 곁들인 새로운 홍보마케팅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에 발벗고 나선 것은 "남다른 이색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직접적인 마케팅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가 운영하고 있는 금산삼계탕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이런 그의 남다른 마케팅 마인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도 그는 '식당차'를 만들어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돈'만을 노리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육상선수권대회 홍보에만 집중할 계획이며, 끝난 후에는 이 차량을 가지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 차량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지금 이대로는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낙관하기 힘들다"며 관계 공무원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심지어는 지난주 대회조직위에 서울축제현장 홍보를 위한 전단지를 요청했지만 "준비된 물량이 없다"는 냉정한 답변만 돌아왔던 것. 그는 "매번 홍보물을 부탁할 때마다 애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직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검사도 대행
현대인들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바쁜 하루 일과에 치여 동분서주하다 보면 자칫 '자동차 검사 시기'를 놓쳐서 과태료를 물기 일쑤인 것. 설사 기억한다 할지라도 일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자동차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장을 찾는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자동차 검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 업체다.
자동차 검사 전문 대행업체인 카스켄은 전국 콜센터(1599-8199)나 홈페이지(www.carscan.co.kr)로 접수를 하면 기사가 직접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방문해 대상 자동차를 검사에서 인도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해준다. 차주는 차종에 따른 검사 수수료와 1만원의 대행료만 지불하면 된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낮동안 별다른 일거리가 없는 대리기사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대리운전업체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있는 것. 남건욱 대표는 "바쁜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검사를 대행할 수 있어 좋고, 낮에는 수익이 없는 대리기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틈새시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리운전의 경우 고객이 낸 1만원의 대리운전비에서 회사 중개수수료 등을 제하면 대리운전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6천500원 선에 불과하지만, 카스켄은 공제가 없어 1만원 모두 대리운전사 몫이 된다. 대신 회사 측은 제휴한 자동차검사기관으로부터 소정의 수수료 수입을 얻는 방식이다. 남 대표는 "혹시나 남에게 차를 맡겨도 될까 불안해 하는 고객들을 위해 모든 기사들이 사고보험에 가입, 안전한 검사 대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대구에서만 하루 평균 2천500~3천 대의 차량이 검사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적 손실을 돈으로 따진다면 엄청난 비용이 될 것"이라며 "유휴인력 활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고용창출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룸살롱에서 막걸리?
유흥업계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옛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인테리어에 막걸리를 파는 유흥업소가 생겨난 것. 대구 황금동의 한 유흥주점에서는 특이하게 막걸리와 동동주, 복분자주, 경주법주 등 우리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술이 전통주인 만큼 안주 역시 우리식이다. 모듬전, 무침회, 두부김치, 해물떡볶이 등이 차려진다.
박병호 대표는 "지난해 여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해외 관광객들이 대구를 많이 찾을 것이라는 생각에 발상의 전환을 해봤다"며 "유흥주점이라고 해서 꼭 양주만 마셔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특히 이 업소의 경우는 해외 바이어를 접대해야 하는 경우 인기가 좋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권모(38) 씨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도 시끄러운 주점에 바이어를 모실 수 없어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 외국 손님 접대에 좋다"고 했다.
실제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도 상당수다. 박 대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한 번 다녀간 외국인들이 또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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