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지방에 규모 9.0의 강진과 초대형 쓰나미가 덮치면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한때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집중 조명되던 것과는 달리 원전 폭발사고에 대한 관심이 줄고 관련 보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과연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일까.
◆후쿠시마, 죽음의 바다 되나=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달 23일 "지진 발생 초기에 2'3호기의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상태였다"고 밝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호기의 멜트다운을 인정한 것은 이달 12일이었다. 3월 12일 1호기가 폭발하고 14일 3호기, 15일 2호기가 각각 수소폭발을 일으켰지만 도쿄전력은 두 달이 훨씬 지나 멜트다운을 인정한 것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전일지와 그래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호기와 3호기도 멜트다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총리보좌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내 연료봉의 노출 시간과 관련 "당시 1호기는 14시간 9분, 2호기는 6시간 29분, 3호기는 6시간 43분으로 짧지 않아 노심의 완전용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호기에 이어 2호기와 3호기에서 사고발생 초기에 멜트다운이 일어났다면 이는 심각한 사태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그동안 원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건물에서 퍼낸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25일 3호기 주변에서 퍼낸 고농도 오염수의 수위는 하루 동안 약 5㎝ 내려갔고, 이는 물 50t에 해당한다.
도쿄전력은 "유출된 고농도 오염수가 폐기물집중처리시설 주변의 지하수 수질이 변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땅으로 스며들지는 않은 것 같다"며 "주변 건물로 새나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1일 도쿄전력은 10~11일까지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서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 20조 베크렐(㏃)이 포함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20조 베크렐은 1년간 외부 방출이 허용된 방사성 물질의 약 10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배출량이다. 오염수의 양은 250t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본 정부가 확인한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방출되거나 유출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2호기 고농도 오염수는 ▷4월 1일부터 6일까지 4천700조㏃ ▷5, 6호기는 4일부터 10일까지 저농도 오염수 1천500억㏃ ▷3호기는 5월 10일부터 11일까지 20조㏃의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됐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는 이미 어업이 중단된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다.
◆"현재는 잠복기, 앞으로가 더 문제"=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를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서균렬(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자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국민은 언론이 조용하기 때문에 원전 사태가 수습된 줄 알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지금은 잠복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1호기는 원자로 밑바닥까지 녹아 3천℃의 원자로를 싸고 있는 강철 압력용기를 뚫고 나와 바깥의 콘크리트까지 녹이기 시작했으며 이런 상태에서 일본이 물을 집어넣었고,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밖으로 흘렀다고 밝혔다.
그는 "주입한 물(방사능 오염수가)이 지하수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시금치와 우유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온 것"이라며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가 육지와 가까운 어패류는 이미 방사선에 쪼였고, 물고기가 이 어패류를 먹고, 또 다른 물고기가 어패류를 먹은 물고기를 다시 잡아먹을 것이다. 결국 태평양 너머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후쿠시마 원전이 방출한 방사성 물질을 흡수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사성 물질의 오염수가 지표와 지하수로 흘러들어 최악의 경우 도쿄나 오사카는 물론 오키나와를 뺀 일본 열도 전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장마철이 오고 태풍이 불면 공중에 떠 있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부유물이 내릴 수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 히로세 다카시(廣瀨隆) 씨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거짓 발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1원전 1'2'3호기의 멜트다운은 최악의 사고이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숨기고 있다"며 "현재 원자로 내부는 모든 계측기를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따라서 (계측기 결과에 의존한) 도쿄전력의 발표를 믿는 것도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히로세 씨는 일본에서 30여 년간 반핵운동을 이끌면서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은 기류를 타고 지구 전체로 확산된다"며 "장소에 따라 농도 차이가 있을 뿐, 전 세계 모든 땅이 오염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사능 물질이 식물에 농축된 뒤 그것을 먹은 인간의 몸 안에 축적돼 암, 백혈병 등 질병을 유발할 것"이라며 "이미 체내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의 잠복기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반도도 위험지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에는 방사능 오염 물질이 직접적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편서풍 때문에) 일본 서부 지역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각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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