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사랑의 관계

"생각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한 말이다. 그는 인간을 습관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규정할 만큼, 사람이 어떤 습관으로 길들여지느냐에 따라 운명과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 습관을 만드는 데에는 우리의 마음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운명'과 '숙명'을 구분해 보자.

'운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앞으로의 생사나 존망에 관한 처지를 말한다. "그는 딸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환경 보호는 세계 전체의 운명과 관련된 일이다."로 쓰인다. '숙명'은 날 때부터 타고난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숙명에 맡기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들의 만남은 숙명적이었다."로 활용한다.

'운명'은 인간적인 데 비해 '숙명'은 더욱 냉엄하고 무자비하여 '운명'에는 우리의 자유의지의 날이 먹혀들어 가지만 '숙명'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운명'은 다소 우연적일 수 있지만 '숙명'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숙명'은 처음부터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어서 수용과 체념 이외엔 대응할 방법이 없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운명'은 우리 삶에 간섭을 하고, 우리의 자유의지는 용감하게 운명에 대항한다.

'운명' '숙명'에 비해 '우연'과 '필연'의 구분은 어렵지 않다. '우연'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말하며 "다리가 붕괴되고 아파트가 붕괴되는 것을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그가 찾아온 것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이었다."로 쓰인다. '필연'은 사물의 관련이나 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 또는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시초는 우연이 만들어 놓되 그 시초를 이끌어 가는 것은 필연이 아닌가."로 쓰인다.

인간관계는 사랑의 관계와 이해의 관계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계산하거나 따지는 법이 없지만 이해에 얽힌 사람에게는 그러하지를 못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바친 사랑에는 분명히 깊은 의미가 있다. 그 대상이 가족이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다. 에로스 사랑을 넘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아가페 사랑이면 더 좋을 것이다.

숙명적이든 운명적이든, 필연이든 우연이든 만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삶 한가운데 이런 사랑의 관계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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