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시성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있다. 일리아스는 헬레네 때문에 생긴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에서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등의 영웅들이 활략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서사시로 그리고 있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나갔던 오디세이아가 전쟁이 끝난 후 님프 칼립소의 사랑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0년간을 방황한다. 집에서는 오디세이아의 부인인 페넬로페와 결혼하고자 하는 청혼자들이 횡포를 부리고 아들인 텔레마코스가 이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제우스신의 딸 아테네의 도움으로 오디세이아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무례한 청혼자들을 응징한다.
여기에 '멘토르'라는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선단(船團)을 이끌고 출정할 때, 멘토르에게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한다. 멘토르는 그의 부탁을 잘 지켜 텔레마코스를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여기에서 기원하여 멘토(mentor)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조언을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하게 되었다.
본인이 근무하는 의과대학에는 지도교수라는 제도가 있다. 한 교수가 세 명 내지 네 명의 학생을 입학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맡아 학생의 어려움이나 고민 사항 등을 상담하며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지도 교수가 멘토가 되고 지도 학생이 멘티가 되는 것이다. 지도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밀접하면, 학생의 가정이나 학교성적에 문제가 있게 되면 서로 자주 만나게 된다.
뒤돌아보면 젊었던 시절에는 지도 학생들과 무척 자주 만났던 기억들이 있다. 어느 학생은 너무나 자주 연구실로 찾아와서 "야, 너 왜 이리 자주 찾아오니? 나도 바쁜데…."라고 투정을 부리면 "왜, 제가 교수님을 자주 찾아오면 안 됩니까?"하고 능글대던 학생, 사회가 민주화 운동으로 시끄러울 때 사회참여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 휴학허락서에 지도교수의 도장을 받으러와 함께 가슴아파하던 기억, 지도학생이 낙제를 하자 용기를 잃을까봐 "사람이 살아가자면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어쩌고…."하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자 "에이 교수님, 저 낙제한 것 때문에 그러신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내년에 잘할게요."라며 도리어 나를 위로하던 여학생 등등이 기억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지도 학생들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형처럼, 선배처럼 곰상스럽게 멘토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도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의 게으름이 반성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지도학생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은 밝히고 싶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