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두 다리만 있으면 됩니다."
25일 대구지하철 1호선 명덕역. 배명천(73) 씨가 상자 하나를 안고 객차 안으로 들어섰다. 상자 틈 사이로 보이는 건 소형 애완견. 순간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이 배 씨에게로 집중됐다. 배 씨가 쓴 푸른색 모자에는 '퀵' 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5㎏ 미만이면 뭐든지 배달해 드립니다. 지하철로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유류비 절감을 위해 오토바이를 버린 택배족이 등장했다.
'대구지하철택배'(www.dgquick.co.kr)는 생긴 지 석 달째 접어 들었다. 첫 달에는 문의 전화 한 통도 없이 파리만 날리는 날이 많았지만 5월 들어서는 하루에 20, 30건 정도의 배달 주문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성장세다.
지하철 택배는 유가가 올라도 걱정할 일이 없다. 지하철과 두 다리로 이동을 하는데다 택배원은 65세 이상 노년층이 많아 지하철 요금도 면제되기 때문이다.
회사 대표 이정익 씨는"서울에서 지하철 택배가 활성화 된 것을 보고 벤치 마킹했다"며 "고유가 시대에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달원 김진용(72) 씨는"우리는 지하철도 공짜라 기름값은 물론 두 다리만 건강하면 배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고유가 시대에 이만한 일자리가 있겠냐"며 웃었다.
지하철을 이용해 배달을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 오토바이 퀵서비스보다 빠르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는 여러 물건을 한 번에 모아 배달하지만 지하철 퀵서비스는 한 번에 물건 하나를 배달하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저렴해 고객들에게 반응도 좋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요금이 기본 5천원에서 시작하는데 비해 지하철 택배는 15정거장까지는 기본 요금 3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 박정은(30'여) 씨는 "지하철 퀵서비스의 저렴한 가격 때문에 처음 이용했다"며 "지하철을 이용하니 친환경이라는 점도 단골이 되는데 큰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5㎏ 미만이면 무엇이든 배달 가능하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로는 부탁하기 어려운 것들을 배달해달라는 손님들도 많다. 술자리에 놓고 온 휴대폰이나 열쇠, 신용카드같이 가벼운 물건부터 강아지처럼 살아있는 생물을 배달하기도 한다.
지하철 역 반경 1㎞까지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아직 고객 확보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는 2014년쯤이면 배달 가능 지역이 늘어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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