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문의는 청문담당관실로 일원화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은 답변할 수 없습니다. 사건 접수는 전산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상황실에서는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영주경찰서 상황실과 역전파출소, 형사계는 29일 절도사건 발생을 문의하는 취재기자에게 앵무새처럼 "사건문의는 청문감사관실로"를 되풀이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였다.
28일 영주 가흥동 서천둔치에서 열린 KBS전국노래자랑 녹화현장 인근 주차장에 세워둔 A(50'여) 씨의 차량에서 현금 40만원을 도난당했다. 또 행사장으로 가던 B(72'여) 씨가 30대로 추정되는 청년들에게 금목걸이를 뺏기는 사고가 발생,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파출소 직원들은 청문감사담당관실로, 상황실은 형사계로, 형사계는 파출소로, 다시 상황실은 청문감사담당관실로 미루기에 급급하는가 하면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파출소 직원은 "평일에는 치안과장을 통해 보고하게 돼 있고 휴일이나 야간에는 상황실장에게 보고하기 때문에 우리는 말할 수 없다. 경찰 업무 통로가 청문감사관실을 통해 진행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는 올해 초 경찰이 내부 비리 척결을 위해 각 파출소와 직원들에게 "사건문의는 청문감사관실로 일원화하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영주경찰서 A부청문관은 "직원들이 내부 직원들에게 사건을 공개하지 말라는 뜻을 곡해한 것 같다"며 "아마 직원들이 자칫 미제사건으로 남을 우려가 있는 사건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답변을 회피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범인 검거보다 사건 은폐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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