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습작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주노동자,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 폐지 줍는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소재로 글쓰기에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제14회 공무원 문예대전 대상을 받은 이재곤(32'사진) 영천 중앙초등학교 교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쓰기 공부를 더해 문예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딸과 어머니를 동시에 잃은 주인공의 절망적인 의식세계를 치밀한 구성과 문장력으로 형상화한 단편소설 '검은 문'으로 대통령상과 상금 400만원을 받는 영예를 차지했다.
이 씨는 "대구교대 재학 시절 학교 앞 가게에서 실제로 사람이 냉장고에 갇혀 숨진 사건이 뇌리에 남아 이를 배경으로 글을 썼다"며 "이 소설에서 가족이라도 삶의 아픔은 당사자 외에 진정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9년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단편소설 '거미, 다가오다'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영천 출신인 이 씨는 "금호중학교에 다닐 때 컴퓨터를 통해 우연히 윤동주의 시 '별을 헤는 밤' 낭송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작가의 꿈을 키웠다"며 "처음에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대학 시절 여자친구가 소설을 더 좋아해 소설가로 꿈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무학고 시절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한 이 씨는 대학 4학년 때 대구교대 이강엽 교수의 권유로 시보다 소설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씨는 "8남매 중 장남으로 동생들을 돌보다 고생을 많이 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빈자리를 채우려고 2008년부터 글쓰기 작업을 본격화했다"며 "아버지에게 수상소식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2009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강좌의 소설 수업을 들으며 글쓰기 공부를 했다.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해 최종 심사 대상까지 오른 이 씨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엄창석 씨의 격려로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았다. 지난해 초부터 매달 첫주 목요일 대구 중앙도서관 토론실에서 엄창석 씨가 지도하는 소설동아리 '이야기 마을' 모임을 통해 글쓰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씨는 "앞으로 우주에 관한 판타지나 SF소설을 쓰고 싶어 틈틈이 이론물리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며 "천문학 관련 지식도 쌓아 소설의 과학적 기반도 탄탄히 할 계획"이라고 했다.
영천시 금호읍 덕성리의 단독주택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사는 이 씨는 "문예지에 등단한 뒤 좋은 인연이 나타나면 결혼하겠다"며 "우선 이번 상금으로 수상소식을 반기는 영천 중앙초교 4학년 2반 제자들에게 한턱 내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 씨는 "고향에서 제자들에게 글쓰기까지 가르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나중에 모교인 금호초등학교에서도 근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문예대전에서 시, 시조, 수필, 동시, 동화, 희곡 등 6개 부문 금상 6명 등 총 50명의 입상작품은 8월 중 작품집으로 발간해 수상자 및 각급 행정기관에 배부한다.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문단등단 추천과 함께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공무원들의 문예창작 활동을 통한 정서함양과 창의적 역량 증진을 위해 1998년부터 시행된 문예대전은 전현직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공직사회 내 가장 큰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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