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갈증에 단비" 첫 주말에만 3500명 방문

개관 일주일, 대구미술관

오랜 기다림 끝에 문을 연 대구미술관에 지난주말 3천5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오랜 기다림 끝에 문을 연 대구미술관에 지난주말 3천5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대구미술관 개관 일주일 만에 4천여 명이 다녀가는 등 시립미술관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31일 오후, 비가 내리는 평일 오후인데도 일부러 대구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애초 미술 전문가들은 전시가 일반 관람객들에게 난해하거나 관념적이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지만 의외로 대구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가고 있는 분위기다.

박영현(24'대구 중구 대봉동) 씨는 "전시 내용이 다소 개념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것을 봐서 재미있었다"면서 "일반 상업 화랑에서는 보기 힘든 성격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찾은 이은주(41'대구 북구 읍내동) 씨는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진품을 보기 힘든데 대구에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그 외에도 낯익은 작품이 제법 보였는데, 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내 속에서 좋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건물도 세련되고 주변 환경이 좋아 친구들을 불러 다시 올 생각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와도 산책하기 좋을 것 같네요." 이 씨는 6월에 미술관 교육 강좌가 개강하면 도슨트(전시안내인) 과정을 들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작품 아래 작품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붙여놓지 않고 전시장 맵(map)을 비치해두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권은자(31'구미시 송정동) 씨는 "작품에 캡션이 붙어있으면 선입견이 생기니까 오히려 없는 것이 전시 관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씨는 "관람료가 비싼 전시를 가도 이만큼 좋은 작품을 보기 힘들다"면서 "특히 리차드 롱 전시가 주변 환경과 어울려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박지현(23) 씨는 "공간이 넓어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은데 맵을 보고 작품을 혼자 찾기가 쉽지 않다"며 관람을 다소 힘들어했다. 이에 대해 전시 안내를 맡고 있는 한보라 씨는 "처음엔 작품 캡션이 없어 불편해하시지만 지성보다는 감성 위주로 이해하라고 안내하니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경을 보기 위해 대구미술관을 찾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세영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산림사업과장은 "미술관 주변 조경이 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참 좋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좋은 시설이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술관의 공간과 전시는 만족스럽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어서 여전히 접근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행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린 후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 택시를 타고 왔다는 김효정(37'대구 서구 평리동) 씨는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려 했지만 기다려도 버스가 잘 오지 않았다"면서 "오는 방법만 더 편해지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관람객은 미술관 입구를 찾지 못해 기자에게 출입문을 묻기도 했다. 현재 미술관 부속동은 문이 굳게 잠겨 있다. BTL 방식으로 지어진 대구미술관 부속동의 관리운영권은 민간사업자가 갖고 있으며 현재 소송이 걸려 있다.

대학생 성상현(22) 씨와 박지현(23) 씨는 대구스타디움 부근에서 버스에서 내려 30분가량 걸어 미술관에 도착했지만 부속동과 헛갈려 미술관 입구를 한참 찾아야 했다. "미술관이 새로 개관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오기까지 너무 불편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현재 대구미술관 앞을 지나는 버스는 849, 849-1, 604, 403 등 네 대다.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팀장은 "개관 후 첫 주말에 가족, 연인 등의 관람객 3천500여 명이 몰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면서 "지금까지 대구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에 목말라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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