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일은 굉장히 섬세하고 젠틀(gentle)하죠. 행정은 집행을 통해 실제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입법부 일은 그렇진 않거든요.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력은 작아도 법안의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죠. 사회적 파급력은 크지만 부각되지는 않는다, 숨은 일꾼, 그게 입법부의 매력입니다."
김원모(45)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입법조사관은 입법부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제15회 입법고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연수원 총무과, 국회 운영위, 의사과, 기획예산담당관실, 과학정보통신위를 거치면서 동기들보다 다양한 국회 일을 해내고 있다. "시험에 늦게 합격한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욕심이 나서"란다.
기억에 남는 입법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과학기술기본법과 기술사법 개정안 이야기를 했다. 과기법은 과학기술계의 기본법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었고, 기술사법은 이공계 출신들도 사법시험, 행정고시처럼 기술고시를 통해서 기술사가 되면 사회에서 대우받는 공신력을 주자는 것이 골자였단다. 이공계 활성화 대책 중 하나였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위로 옮긴 그는 수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수협법과 농협법 개정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수협법은 조직 개편, 농협법은 구조 개편이 골자였는데 건건이 이해관계가 걸려 통과되지 못하다가 최근 손을 털게 됐다"며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농협법 개정 때에는 법안소위원장을 보좌했는데 이해관계자들이 소회의장에 난입하면서 애를 먹기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네트워크 활용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 호남권과 비교해 영남권은 인적 네트워크도 훌륭하고 정보력도 갖추고 있지만 활용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소외받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먹고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 경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듯한데 영남권은 그런 측면이 부족한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군까지 제대한 뒤 시작한 공부가 남들보다 늦기는 했지만 그는 한길을 걸었다. 후배들에게는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초지일관 밀고 나가는 자세, 될 수 있다는 믿음, 되겠다는 끈기와 인내가 있다면 꿈은 분명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영주 출생인 김 조사관은 영주중앙초교, 영주중, 영주중앙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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