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지지 않는 '자살 바이러스'..전국에서 집단자살도 심심치 않게 발생, 사회적 대책시급

자살이 너무 자주,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들어 자살은 연예인 축구선수 대학생 종교적 신념자 뿐 아니라 원인이 채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사회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2일 경북 성주의 주차된 승합차에서 20~30대 남녀 4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살 바이러스'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요즘 지역별로 집단자살이 잇따라 발생하고 인터넷에서는 자살 사이트가 등장해 자살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자살 징후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서 집단자살 잇따라 = 이날 성주군 금수면 영천리 소재 대가천변에 주차된 승합차량 내부에서 이모(31)씨 등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인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월12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정모(21.여)씨와 조모(17)양이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달 9일 충북 제천에서는 20대와 30대 남성 3명이 승용차 안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숨졌고 지난 3월4일 울산 울주군 청량면의 한 공원에서 30대 남자와 20대 여자 등 2명이 차 안에 숨진채 발견됐다.

또 지난 2월21일 오전 6시20분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빌라 2층에서 박모(26.청주)씨를 포함해 20대 남자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119구급대와 경찰이 발견했다.

앞서 작년 5월12일에는 경기도 화성과 강원도 춘천에서 동반 자살한 남녀 시신 5구와 남자 시신 3구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거주지·나이 공통점 없어 = 집단으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들은 거주지와 나이 등에서 공통점이 없는 것도 눈에 띈다.2일 성주에서 발생한 집단사망 사건의 경우 변사자의 거주지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경북 등 서로 다르고 나이에서도 31세, 26세, 25세 등 차이가 난다.

지난 2월 청주 사건도 숨진 20대 남자 3명의 연고지와 나이가 각각 달라 일반적으로는 서로 연결되기가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자살자 중 일부는 가족에게 보내는 유서 형식의 편지를 남기거나 인터넷 미니홈피 일기에 심정을 밝히는 글을 남기는 등 죽기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살 사이트가 부추기나 = 최근 발생한 집단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변사자들이 자살 사이트를 통해 만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이들의 주거지가 제각각 다른 점과 일부 사망자가 자살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유족 진술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주사건에서 숨진 1명의 가족은 '사망자가 3일전 자살 사이트에 접속했고 어떤 남자와 함께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고 진술했다.

4월 부산의 투신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정씨가 평소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했고 자살사이트를 거론했다는 유족의 진술과 서로 손목을 묶은 점으로 미뤄 이들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 사건과 화성·춘천 사건에서도 사망자 주거지가 제각각 다른 점으로 볼 때 특정 자살 사이트를 매개로 이뤄진 집단자살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으로 볼 때 경찰은 집단사망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함께 모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숨진 사람들은 일상적인 오프라인에서 명확한 연계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정서적·사회적 갈등이 원인" = 전문가들은 이처럼 집단자살 바이러스가 횡행하는데 대해 정서적, 사회적 갈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갈등해소와 함께 일탈행동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주문했다.

전종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과)는 "급변하는 환경과 스트레스로 인해 소외와 고립감, 자살충동 등을 느끼는 사람이 급증했다"며 "개인적 차원에서 우울증세를 넘겨버리지 말고 사회가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하며 전문적 치료, 심리상담과 함께 가족 등 주변 사람의 꾸준한 애정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미디어국 magohalmi@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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