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신탁 '김종창 의혹' 핵심으로 급부상
전 금융감독원장 김종창(68)이 부인 명의로 된 아시아신탁 주식을 친구에게 명의신탁한 혐의로 대검 중수부(부장 김홍일)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급기야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자말자 여야 의원들은 상대 당의 실명을 들어 저축은행 관련 비리의혹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대검 중수부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2008년 3월 금감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 아시아신탁 주식 4%를 명의신탁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명의신탁은 소유권을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빌려 주는 것으로 조세회피나 지분 보유상황 은닉 등의 목적으로 종종 악용된다.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감원장 재직 기간에도 아시아신탁 주식을 위장 보유하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연합뉴스는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원장이 아시아신탁을 '연결고리'로 부산저축은행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게 됐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했다가 수개월 만에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회수했다.
◇ 아시아신탁 '부산저축은행 사태 구명 창구' 가능성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을 받아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아시아신탁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혹이 불거졌다. 아시아신탁 측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금까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투자도 안전할 것으로 믿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부인이 보유한 지분 4%도 금감원장에 취임한 직후에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각하지 않고 명의신탁을 했다는 게 사정당국의 판단이다.
김 전 원장 부인의 주식을 받고서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박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재력가이며 김 전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신탁에서는 실제 소유자를 '신탁자', 명의상 소유자를 '수탁자'라고 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아시아신탁의 주식을 보유한 김 전 원장의 부인이 신탁자, 김 전 원장의 지인인 박모씨가 수탁자인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탁자가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부담에도 굳이 명의신탁을 이용했다면 김 전 원장이 아시아신탁을 매개로 부산저축은행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신탁-부산저축銀 '얽힌 실타래'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른 아시아신탁은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점이 있다. 2006년 10월 부동산 컨설팅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듬해 8월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신탁업 허가를 받아 회사 목적을 부동산 신탁업무 등으로 변경했다. 상호도 원방알앤아이에서 아시아자산신탁으로, 다시 아시아신탁으로 두 차례 변경했다. 이 업체에서 김종창 전 원장은 사외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고, 명의신탁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2007년 6월부터 이영희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시아신탁의 관계사인 아시아자산운용이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도 김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재직한 2009년 4월15일 금융위원회에서 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았다. 아시아자산운용 관계자는 "인허가는 정당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경영공시에는 최대주주인 정도현 씨가 대표이사였지만, 최근 다솔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김학송 씨로 변경됐다고 회사 측이 전했다. 지분 관계를 보면 아시아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아시아신탁과 부산저축은행이 얽혀 있다.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아시아신탁은 아시아자산운용 지분을 9.9%, 부산저축은행도 지분 9%(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 4.5%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이런 지분 구조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신탁에 깊게 관여한 김종창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는 이유다.
한편 대정부질문의 시작된 2일 여야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이버ㄴ 사태는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구속)과 정권실세, 재계 유력인사 등 6명이 청담동 한정식집에서 만난 이후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 금융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했다"면서 구명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뉴미디어국 magohalmi@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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