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파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가격 급등으로 재배 면적이 늘면서 출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구제역과 일본 원전 사태로 외식 시장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농산물 가격 하락이 최근 물가 안정에 일부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후와 출하 시기에 따른 가격 탄력성이 높은데다 가공식품과 서비스 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어 '물가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폭락한 채소값
도매시장에서 배추, 대파, 무, 양파 등 주요 채소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8배나 떨어졌다.
배추의 경우 지난해 망 배추(3포기)가 7천~8천원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 1천~1천700원 선에서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소매가도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에 따르면 27일 배추 한 포기는 4년 만에 1천원 아래인 포기당 940원까지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의 3천270원보다 무려 71.2%나 떨어진 값으로 지난해 10월만 해도 물량 부족으로 한 포기 값이 1만3천원대로 치솟아 '금(金)배추'란 말까지 나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재배시기가 늦어진 봄배추와 조금 빠른 여름배추 출하 시기가 맞물리기 쉬운 다음 달에는 공급 초과 현상이 심화돼 가격 하락폭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농민들의 '배추밭 갈아엎기'가 재연될 조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근시안적 수급정책이 떨어지는 배추값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추 1포기 가격은 3천970원(1월 초)에서 3천300원(3월 말), 지난달 2천300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효성청과 김형수 경매사는 "작년 배추값이 뛰는 것을 보고 농민들이 배추 재배면적을 많이 늘린데다 정부의 중국산 배추 수입 등 단기적 가격조정책이 가격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양배추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분의 1수준인 망당 1천원으로 낮아졌으며 1㎏ 대파 역시 2천원에서 400원으로 가격이 추락했다. 장기 구제역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악재로 외식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채소 소비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장바구니, 공공요금 오르고
가공식품은 연일 품목을 바꿔가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형마트에서 1천980원에 팔리던 서울우유의 1천㎖ 흰우유는 지난달부터 2천150원에 팔리고 있다. 서울우유의 다른 우유 제품값도 이때를 기점으로 8.5% 뛴 상태. 제조사 측은 할인 행사로 내렸던 공급가를 복귀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구제역 여파로 원유 수급이 어려워져 값 인상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서식품도 지난달 25일부터 맥심 모카골드 170g 리필 제품값을 5천340원에서 5천860원으로 9.7% 올리는 등 커피 제품 출고가를 9.0~9.9% 수준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식용유값은 3~9.4%, 지난달 14일 밀가루와 부침가루 등 40개 품목의 값을 평균 9% 높인 바 있다.
공공요금과 서비스 요금도 줄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대구시는 7월 1일부터 대구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요금을 현행 950원(교통카드 기준)에서 1천100원으로 15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전기요금을 비롯해 우편, 도시가스(도매), 상수도 등의 공공요금 인상을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 하락이 최근 물가 안정세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다시 오르면 물가 상승폭이 다시 높아져 서민 가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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