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실크로드] (22)천산 천지

해발 5,400m 고지 선녀 西王母 살던 호수…우루무치 사람들의 聖地

천산의 해발 5,000m급 고봉들에 둘러싸인 신비의 산중호수 천지. 멀리 만년설에 덮인 박격달봉이 보인다.
천산의 해발 5,000m급 고봉들에 둘러싸인 신비의 산중호수 천지. 멀리 만년설에 덮인 박격달봉이 보인다.
천산천지 부근에 세워진 도교사원. 참배객들을 태운 관광선도 보인다.
천산천지 부근에 세워진 도교사원. 참배객들을 태운 관광선도 보인다.
해발 1,911m에 형성된 호수에 오르기 위해 구불구불한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해발 1,911m에 형성된 호수에 오르기 위해 구불구불한 도로 위에서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천지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다.
천지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다.

이제 중국에서의 실크로드 여행이 막바지에 온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경유하기로 했다. 몽골어로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이름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이지만 지금은 현대적인 도시로 발전했다. 우루무치는 고대부터 동'서 간 문물 교류의 중심축으로 실크로드 중에 천산산맥 북쪽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이란, 이스탄불로 가는 천산북로의 핵심 요충지다. 시내에서 천산 제2의 고봉 해발 5,445m, 보그다이(Bogdai), 즉 박격달봉(博格達峰)이 보인다. 그 설산 깊은 곳에는 신비의 산중호수가 숨어 있다. 맑은 물을 가득 담고 고요히 펼쳐져 있는 호수로 천지(天池)라 불린다. 당일치기 코스이지만 그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동쪽 약 110㎞ 지점에 있어 크게 멀지 않은 곳이다.

천지를 향해 굽이굽이 비탈길을 올라가면 해발이 점점 높아지고 물가를 따라 초원이 펼쳐진다. 천산천지 대형주차장에 도착하면 2명씩 타는 로프웨이를 타고 천지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간다. 이때 산을 오르면서 천산의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다. 호수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량이 풍부해 폭포처럼 흐르는 물줄기와 그 옆으로 구불구불 오르는 도로도 볼 수 있다. 로프웨이에서 내려 다시 1㎞쯤 걸으면 천지가 나오는데 전동차를 타거나 걸어가기도 한다. 길옆으로는 사계절 푸른 침엽수가 울창하다. 작은 언덕을 오르니 푸른 천지 뒤로 천산의 만년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속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하고 장쾌하다. 가운데 설산을 중심으로 겹겹이 펼쳐지는 능선이 비취색상의 수면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도 선착장 부근에 몰려 있다. 산비탈에 세워져 있는 도교사원이나 서왕모사당(王母廟)에 가려는 사람들이기도 한다.

천지는 해발 1,911m에 형성된 호수로 평균수심은 40m. 가장 깊은 곳은 105m이다. 원래 이름은 요지(瑤池)였으나 청나라 건륭제 때인 1783년 천지(天池)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호수와 관련한 사랑과 이별의 전설이 있다. 요지에 살던 선녀 서왕모(西王母)는 3천 년에 한 번씩 반도(蟠桃)라는 복숭아가 열릴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주(周)나라 목왕(穆王)은 정사는 돌보지 않고 팔준마(八駿馬)가 모는 수레를 타고 천하를 두루 유람했다. 한번은 곤륜산 꼭대기의 요지에서 미모와 절대권력과 초능력을 겸비한 서왕모를 만나 사랑에 빠져 돌아갈 줄을 모르고, 이로 인해 제후들의 반발을 사게 되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그런데 현재 천산과 곤륜산은 엄연히 다른데도 이곳 사람들은 천산의 천지를 서왕모가 내려오던 곳으로 여겨 서왕모사당까지 만들어 놓았다. 마고 여신이라고도 불렸던 그녀가 가장 아끼는 동물은 태양 속에 사는 까마귀였고, 다리가 셋이라 하여 삼족오(三足烏)라 했다고 한다.

어쨌든 천지는 중국 사람들도 신성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우리가 백두산 천지를 신성함이 깃든 민족의 성지로 추앙한다면 우루무치 사람들은 둘레가 11㎞나 되는 이 천연호수를 그렇게 여긴다. 조선족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박격달의 뜻은 백두산과 같은 의미이고 그 산속에 같은 천지라는 연못이 있으니 어떤 사람은 이 산중호수를 우랄알타이계의 연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천산은 이미 당 현종 마르코폴로의 일지에 그 기록이 발견되며, 천지와 함께 그 유명세를 같이해서 천지와 천산을 분리하기보다는 '천산천지'로 같이 불린다. 겨울철엔 천지가 꽁꽁 얼어 은세계로 변하는데 5월에야 녹기 시작한다. 여름에 가까운 계절이지만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사람들은 설산 봉우리가 수면 위에 거울처럼 비친 신비로운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떠날 줄을 모른다.

글'사진: 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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