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육상 손님맞이, 우리집 빈방 어때요

무료 잠자리 '카우치 서핑'…8월에 외국인 65만명 방문할 듯

대구에 온 외국인들이 카우치서핑으로 1일 가이드가 된 대구 시민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에 온 외국인들이 카우치서핑으로 1일 가이드가 된 대구 시민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전 세계 낯선 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집에 공짜로 묵는다면 어떨까.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현재 대구에 등록된 '카우치 서퍼'는 285명으로 이들은 여행자를 향한 신뢰와 모험 정신을 무기로 자신의 집을 내놓기도, 남의 집에서 묵기도 한다. 오는 8월 열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관광객 숙소난이 예상되면서 '카우치 서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여행자는 내 이웃

카우치 서핑은 자신의 공간 일부를 여행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숙박' 서비스다. 전 세계의 소파를 숙소로 삼겠다는 발칙한 상상은 200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인 케이시 펜튼 씨가 색다른 방법으로 여행 숙소를 찾기 위해 카우치 서핑(http://www.couchsurfing.org) 사이트를 만들면서다. 6월 현재 이곳에는 세계 230여 개국에서 282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이들 중 한국에 있는 회원은 외국인을 포함해 총 1만9천679명이고 대구에는 285명이 있다. 대구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들이 회원이다.

영남대 영어 강사 매트 레이놀드(26'미국 오하이오주) 씨는 지난해 미국 서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숙박비 제로'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트럭 정류장(truck stop)에 차를 주차하고 거기서 잠을 잤어요.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카우치 서핑에 등록했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성 호스트(집을 제공하는 사람) 집에서 20일간 지냈다. 호스트가 그에게 아침밥을 차려줄 정도로 둘 사이는 가까워졌다. 시애틀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나코테스 지역 음악 축제에서 만난 한 남성은 자기 집 뒤뜰에 여행객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열기도 했다.

카우치 서핑으로 아일랜드까지 간 레이놀드 씨는 "강력사건이 뉴스를 도배하는 세상에서 상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대구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내 좁은 방이 휴식처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내 방을 내줄 것"이라고 했다.

◆카우치 서핑, 이렇게 하라!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인 '서퍼'와 집을 제공하는 '호스트'로 나뉜다. 서퍼가 호스트에게 '카우치 요청'(couch request)을 보내면 호스트가 서퍼의 정보와 글을 보고 호의를 베풀지 말지 결정한다. 호스트는 집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가이드'를 맡아도 돼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호스트가 되려면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사진과 취미, 지역 등 개인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취업준비생 이현주(24'여'수성구 지산동) 씨는 지난해 여름 호스트가 됐다. "내가 도와줬던 친구는 아프가니스탄 재건부대에서 복무했던 미국 군인이었어요. 2009년 프랑스 여행을 할 때 카우치 서핑으로 도움을 받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이 씨는 팔공산과 앞산, 대구스타디움, 수성못, 대학가의 맛집을 소개했다. 이 씨는 "여행 온 친구가 '대구는 도심 속에 산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앞산에 대해 극찬했다"며 "일상적인 장소를 소개해준 것뿐인데 괜히 뿌듯해졌다"고 말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인 이 씨는 올여름에도 기꺼이 호스트가 될 생각이다. "남동생이 군대에 가서 방이 하나 남거든요. 육상선수권대회 때문에 대구를 찾는 외국인이 있다면 숙소제공부터 관광안내까지 '풀코스'로 대접할 생각입니다."

◆숙소 부족, 카우치 서핑이 답 될까

지난해 11월 아시안게임을 치른 중국 광저우 시민들은 카우치 서핑에 적극 참여했다. 광저우 지역 2천700여 개 숙박시설의 수용 인원은 24만 명인 데 반해 65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광저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숙소와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우치 서핑에 참여하며 '소파족'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

대구시도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숙소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만3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은 사실상 모텔이 유일하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는 대회 관계자 및 선수단용으로 대구시내 주요 호텔 객실을 대부분 예약했다.

여행 마니아들과 전문가들은 대구의 숙소난을 해결하기 위해 카우치 서핑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이주희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카우치 서핑은 민간외교 역할을 한다"며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민들이 카우치 서핑에 자원하거나 외국인 유학생과 원어민 강사들에게 참여를 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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