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군가의 입냄새를 놀리는 장면이 나왔다. "너의 입냄새는 짬뽕도 못 당해"라고 재치있는 입담과 함께 놀리고 즐기는 장면에 나도 한바탕 신나게 웃은 기억이 난다. 웃기려고 지어낸 말일 수도 있고 대본상의 스토리일 수도 있겠지만 입냄새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번듯한 외모의 남녀라도 대화를 하다가 입냄새가 난다면 그 사람의 인상은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냄새가 그저 양치질을 제때 하지 않아서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냄새 나는 사람을 놀리는 것도 청결하지 못한 점을 놀리는 것이기도 한다. 하지만 똑같이 양치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냄새가 생기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입냄새가 나는 일차적인 원인은 구강 내의 음식물 찌꺼기에서 기인한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냄새가 나는 원리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음식물 찌꺼기가 입안에서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세균에 의해 부패하면서 냄새가 나게 되고, 그때 발생하는 독소와 산에 의해 잇몸과 치아가 상하게 되면 음식물 찌꺼기가 제거되더라도 속으로 계속 염증이 진행되어 냄새를 유발한다. 하지만 구강위생에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입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그때는 코와 목의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축농증이나 비염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 경우 입으로 숨을 쉬게 되다 보니 입안이 건조해지고 세균번식이 활발해져 구취가 나게 된다. 또한 소화기관의 질병이 있을 때도 입냄새가 난다. 이렇게 입냄새는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한다.
이제는 계절의 여왕임을 뽐내던 5월이 지나가고 여름을 알리는 6월이 되었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모두가 냄새에 민감해지므로 혹시나 자신의 신체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두려워 향수용품을 찾곤 한다. 대부분의 입냄새는 올바른 칫솔질과 구강관리로 해결이 되고, 충치나 치주염이 원인인 경우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 목이나 코 혹은 기타 소화기관의 이상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입냄새가 인간관계에서는 에티켓이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많은 이들도 입냄새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건 고맙지만 건강을 챙기면서 웃음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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