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의 두 축, '첨단의료산업'과 '의료서비스산업'(의료관광)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3일 뇌연구원 유치를 확정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 경우 산학연 네트워크화 정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각 주체 간 역량을 얼마나 잘 결집하느냐에 따라 대구첨단의료산업의 미래가 갈린다.
대구 의료관광산업은 '무늬만 의료관광'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수치를 넘어 진정한 고부가가치화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첨단의료단지의 성공 열쇠=산학연 네트워크
볼티모어-워싱턴 의료클러스터는 미국 최고 임상병원과 정부기관이 입지한 곳이지만 사업화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을 비롯한 미국 최상위 연구 의과대학과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집적, 미국 평균 4배에 달하는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산학연 주체 간 협력 부재로 연구 성과 사업화 측면에서는 미국 평균 2배에 그치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 롤 모델로 꼽히는 일본 고베의료산업도시 프로젝트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의료산업도시 내 72개 업체가 입주해 있지만 각 주체(기업체, 연구소, 병원 등) 간 네트워크 형성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 선진 의료클러스터의 사례는 대구경북첨단의료단지의 성공 열쇠가 '산학연 네트워크화'에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모든 의료클러스터의 핵심은 산학연 네트워킹이다. 네트워킹의 연계 정도, 활동 내용, 리더십 정도에 따라 연구 성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단지 또한 대학, 연구소 중심의 기초 연구와 산업화를 위한 병원, CRO(임상시험대행), 기업 중심의 임상 및 상용화연구 기반이 동시에 발전해야 글로벌 의료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주요 의료 역량들은 대구의 경북대와 계명대, 경북 경산의 영남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 포항 포스텍 등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갈등 요인을 불러올 수 있다.
첨단의료단지를 둘러싼 잡음은 벌써 터져나왔다. 연초 대구를 방문한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가져올 땐 역량을 결집하더니 지금은 사분오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쓴소리했다. 박 차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출범에서 불거진 것이다. 당시 대구한의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단 이사가 전문성보다 나눠먹기식으로 짜여져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최재호 의료산업연구팀장은 "대구경북에 흩어져 있는 연구 인프라 및 인력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각 기능별, 학제별 네트워킹을 구성하고 이를 관장할 수 있는 주관 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각 기관 협력체계가 촘촘히 이어지는 커뮤니티 웹이나 커뮤니티 선도기관을 엮는 협의체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의료관광의 숙제=고부가가치화
지난달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대구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4천493명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한강 이남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대구 외국인 환자 4천493명 중 1천276명의 진료 과목은 단순 '건강검진'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외래(2천980명), 입원(307명) 환자 수는 부산(외래 3천251명, 입원 307명)에 뒤졌다. 건강검진 역시 지난해 6월 대구를 방문한 중국 신생활그룹 직원들(1천500여 명)이 대다수로, 일회성에 불과한 수치다.
지역 의료계는 "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별 의미 없는 수치"라며 "무엇보다 의료관광은 말 그대로 의료와 관광의 결합을 의미하지만 단순 유치 실적으로는 지역 관광과 얼마나 결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대구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화 길은 선진 의료관광 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선진 의료관광 도시의 성공 비결은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과 민간의 마케팅 및 서비스 마인드의 조화에 있다. 역설적으로 지역의료계는 관의 전략 부재, 대구시는 민간의 의지 부족을 지역 의료관광산업의 숙제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급부상한 태국 정부는 민간 의료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 최소화를 위해 주식시장 상장(영리법인)을 허용하는 한편 민간보험 허용 등을 통한 규제 완화로 의료관광 활성화에 성공했다. 민간 병원들에 대한 의료수가 규제까지 완화해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주요 민간병원의 의료서비스 가격은 일반 개인 의원보다 훨씬 높다.
반면 대구 의료관광시장의 경우 가격 측면에서 오히려 적자를 보기 일쑤다. 해외환자의 적정 진료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 주요 병원들은 해외환자나 국내환자에게 똑같은 수준의 진료비를 받고 있고, 단체 관광객의 경우 덤핑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가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남의 얘기나 마찬가지다.
지역 의료계는 "대구의료관광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수준에 불과해 실속이 없다"며 "대구시가 산업화 세부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지역 병원들의 마인드 부재를 지적한다. 태국을 비롯한 의료관광 성공 도시의 또 다른 경쟁력은 민간 마케팅 및 서비스다. 태국 민간병원협의회는 선진국 고령자를 타깃으로 장기 투숙 및 요양을 위한 휴양리조트, 여가 프로그램, 일대일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한다.
싱가포르에서도 '병원=수익 사업체'란 인식이 분명하다. 싱가포르 의료법인 '파크웨이그룹'이 대표적 사례. 병원이 직접 중동 환자 및 중국 부유층을 공략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친다.
대구시는 "지역 병원들의 경우 의료관광 선진 도시와 비교해 마케팅,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관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기에 앞서 병원 마인드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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