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이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새 재단이 들어서고 의료원장이 바뀌면서, 보다 경쟁적이고 효율적이며 선진적인 의료서비스를 도입하려 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취임 9개월로 접어든 하정옥(62) 의료원장이 있다.
"무엇보다 의료원 직원들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화합하는 가운데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와 동시에 변화의 고삐도 늦출 수 없습니다."
취임한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재단과의 관계다. 아무래도 껄끄럽지 않으냐는 것. 하 의료원장은 명쾌하게 답했다. "재단이건 의료원이건 서로 잘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제2의 도약'에 대해 하 의료원장은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과거엔 누구도 다른 대학병원과 비교해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을 몰랐죠. 지금 와서 보니 적자도 쌓여 있고, 불필요한 곳에 새는 돈도 적잖았습니다. 개원 후 30년 가까이 병실 전면보수 한 차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컸다는 겁니다."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었다. 별도 취임식을 안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단돈 몇만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자는 것. 관례처럼 이뤄지던 회식도 없앴다. 의료원장 방에도 전등을 반쪽만 켰다. 결제는 밝은 창쪽 책상에서 했다.
"올 7월에 500억원 규모의 '호흡기질환전문센터'를 착공합니다. 2013년에 준공하면, 그곳 병상을 활용해서 본관 병상도 본격적인 리모델링을 할 계획입니다. 부족한 주차장도 신설해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암 치료 병원으로의 탈바꿈 계획도 밝혔다. "영남대의료원 환자 중 30%가량이 암 환자입니다. 그만큼 많은 지역민들이 믿고 찾는다는 뜻이죠. 그에 맞춰 최첨단 암 치료기기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으로 한창 준비 중입니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일반 암 치료까지 가능한 이 장비는 가격만 60억원이고, 별도 방사능 차폐시설까지 갖추려면 90억원가량이 든다. 전국에 4대뿐인 이 장비를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는 것이 하 의료원장의 복안. 조만간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르면 올가을부터 가동할 방침이다. 원래 설치에만 6개월가량 걸리지만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갖출 계획이다.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암센터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환자를 이리저리로 보내는 대신 치료에 필요한 진료과 의사들이 협진해서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병원뿐 아니라 지역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의료진이 있는데 많은 환자들이 무조건 서울로 가버립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 의료원장은 1995년 지역에서 최초로 소아암(백혈병) 환자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했다. 현재는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소아암 환자를 의뢰할 정도다. 어린 환자들을 돌보며 누구보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알기에 그는 병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지 병원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민이 자랑하고 사랑하는 병원이 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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