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인근에 있는 국세청 벽에는 커다란 전광판 시계가 있다. 연방정부의 총 부채액과 이로 인한 가구당 부담액을 달러로 표시한 시계다. 이 시계는 지금 14조 6천억이라는 숫자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아래 시계는 가구당 부담액을 나타내는데 12만 3천 달러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일컫는 '쌍둥이 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국세청 시계가 다시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것은 그 숫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즉 한도 14조 2천94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미국 정부가 다급해진 것은 당연하다. 의회가 한도 증액을 승인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국채 이자를 갚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이자 지급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신뢰 추락은 물론,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은 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랴부랴 2조 4천억 달러 증액을 의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정부 지출을 줄여야 증액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입장이다. 이 절박한 시점에 두 사람 간의 견해차를 좁혀줄 실마리가 마련됐다. 바로 '골프 회동'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8일 하원의장과 골프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집무실이 아닌 야외 골프장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미국식 발상이다. 서양에서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이런 굵직한 현안들이 골프장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집무실 회담은 길어야 1시간을 넘기지 못하지만 골프 회동은 적어도 3, 4시간은 같이 잔디를 밟으며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교감이 훨씬 쉽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오바마는 골프 매너가 우수하기로 소문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멀리건(샷을 실수한 뒤 벌타를 받지 않고 다시 치는 행위)을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빌리건'이란 별명이 붙었지만 오바마는 1타도 틀리게 적는 법이 없다고 한다. 스코어카드에 11타를 모두 적은 일화는 유명하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에티켓을 소중히 여기는 '매너' 운동이다. 그리고 매너만큼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도 드물 것이다. 두 사람의 골프 회동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미 절반의 문제 해결은 됐다는 뜻이 아닌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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