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웃겼다, 울렸다…100분이 짧았다

배우들 호연… 10년 만의 대상수상 기대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29회 전국연극제에서 대구 대표로 공연된 극단 고도의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29회 전국연극제에서 대구 대표로 공연된 극단 고도의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10년 만에 대구 작품이 대상(대통령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6일 오후 7시 30분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 제29회 전국연극제 대구 대표작으로 극단 고도의 연극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공연이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경주 한 시골마을에 사는 신체장애 엄마 '김붙들'과 정신지체 아빠 '이출식', 그리고 소아암에 걸린 12살 '이선호' 가족의 이야기다. 선호의 암이 재발하면서 연극은 아빠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치닫지만 모자란 엄마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빠의 가족애는 오히려 희망을 전하는 연극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구연극제 때보다 한층 보완됐다. 아빠 이출식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밝아지고 대사가 많아졌으며 엄마 김붙들의 캐릭터가 가족과 좀 더 조화를 이루게끔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특히 아빠가 자식들을 위해 만들어준 '그네'라는 소품이 좀 더 부각돼 아빠의 가족애를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이현진(36'여) 씨는 "매진을 기록한 오후 4시 공연 때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장실 장면으로 시작된 연극은 초반에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중반 이후 객석의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이들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돕던 친척들이 그 무거운 짐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절규하면서 떠나기 시작했고, 더는 의지할 데가 없는 이들 가족의 안타까운 모습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1시간 40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일부에서는 '브라보'라고 외쳤다. 심사위원들은 구수한 사투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감명을 받았으며 중간에 울컥하는 따뜻한 공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을 마친 뒤 극단 고도를 응원하러 간 방문단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수상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수상은 따 놓은 당상이고 대통령상도 내심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였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열정적이었다고 했다. 선호 역을 맡은 여배우 정이삭 씨는 삭발하는 투혼까지 보였고, 이모 역을 맡은 김진희 씨는 처절하게 슬픔을 쏟아내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대구예총 문무학 회장은 "연출을 맡은 이현진 씨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잘 드러냈고 배우들의 절제된 표현도 좋았다"며 "감독과 배우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불리한 측면도 지적됐다. 결과가 비극이라 해피엔딩이 대세인 최근 전국연극제 수상작 추세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 무대 세트를 바꾸는 과정에서 다소 서툰 점도 아쉬웠다는 평가다.

한편 전국 15개 극단이 참여한 이번 제29회 전국연극제는 21일까지 원주에서 펼쳐지고 마지막 날 폐막식과 함께 대상(대통령상) 1개 작품과 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1개 작품, 은상 5개 작품이 선정되는 시상식이 있다. 대구는 극단 연인무대의 '돼지사냥'이 지난 2001년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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