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국뿐 아니다. 세계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디션이 개인의 경쟁이라 실상 소수 인물들만 승자가 된다. 애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듯 프로그램들끼리 또다시 서바이벌게임을 하는 것이고 그 패자는 더더욱 많아져만 간다. 잘되는 것만을 놓고 무한경쟁을 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개그맨이 소리 지르듯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닌 오래가는 놈이 강한 것이라는 영화 '짝패'의 이범수 대사처럼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이기에 더더욱 그러리라 짐작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균형감을 가지고 적절한 타협을 시도한 프로그램도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영감을 받고 예술작품을 만들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보다 독특한 개성의 신진예술가들이 마치 마른행주에 물을 짜내는 노력과 고통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정말 경이롭다.
그럼 방송이 아닌 지역 예술계는 어떠한가. 살아남기 위해 기량을 갈고닦는 이들은 방송이 아닌 현실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방송에서처럼 대중들에게 경쟁자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살아남으려고만 하는 이들이 아닌 순수 예술가라는 점이 다르다. 각자가 지향하는 예술의 방향은 같을 수 없다. 이 시대가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시대라고 해서 제발 순수예술가를 대중과 영합해야 하는 상업적 경쟁으로 몰아가지 말자. 예술은 예능이 아니다. '더미안 허스트'는 18세기 해골에 백금을 입히고 8천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작품으로 내놓았다. 엄청난 논란과 함께 어마어마한 금액의 작품 가격이 도출되었다. 이처럼 예술가는 자기만의 작업이었지만 치열한 예술적 논쟁을 일으켜 예술의 영역을 확대했다. 대중성으로 평가받는 것이 무슨 순수예술인가.
천편일률적인 한 구덩이로 몰지 말아야 한다. 여러 방향으로 살아있는 생물처럼 각자 스스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이다. 사라져 가는 예술단체, 명맥만 유지하는 예술단체 등 존재감이 약한 단체나 개인들이 많지만 이것이 대중과 영합하는 능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결과들은 아니다. 각자가 서로 다른 서바이벌 게임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온갖 경험과 노력으로 예술적 영감을 얻으려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바이벌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힘겹게 이겨내는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감동의 박수를 보내 줄 필요가 있다.
이 완 기 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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