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산품 포장용 섬유를 생산하는 A회사 대표 이장석(41) 씨는 현재 데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3명의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쌓였다. 2년 전 데려온 이들이 다른 회사의 근무 조건과 연봉을 따져가며 일자리를 고른다는 소문 때문. 이 씨는 "묵묵히 일도 잘하는데다 요즘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어렵다기에 행여나 다른 곳으로 옮길까 봐 월급도 올려주고 용돈도 틈틈이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2. 지역 염색회사인 'D염직'은 현재 10명의 외국인이 근무 중이다. 올 초까지 8명 정원이 모두 찼지만 연말 계약이 끝나는 4명의 직원을 미리 충원한 것.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원 보충 시기에 맞춰서 외국인 노동자를 부탁했다가 몇 개월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요즘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사장이 직원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장을 면접 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경기가 살아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대접이 바뀌었다.
자동차 부품 및 기계금속, 섬유 등 지역 제조업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얼마 전 실시한 외국인 근로자 1만1천 명의 배정이 접수 8일 만에 마감됐다. 하루에 1천300명꼴로 역대 최고치다. 지역 한 업체는 "고용센터에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알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국인 만큼 몸값을 요구하기에 포기하고 돌아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지역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것은 경기 회복이 가장 큰 이유다. 지역 대표 산업단지인 성서산단의 가동률은 2008년 69%대까지 추락했지만 올 들어 1/4분기에는 76%까지 오를 만큼 활황이다.
지역 제조업계는 "주문은 느는 데 회사로 오는 젊은이들이 없으니 당연히 외국인 노동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들어오는 외국인은 한정돼 있지만 찾는 업체가 많으니 자연히 몸값이 치솟는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이 치솟자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불법체류자 수도 증가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4%였던 불법체류 비중은 4월 말 31%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일부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월급을 올려주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파이프제조업체인 ㈜대경산업은 올해부터 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매달 10만원씩 은행에 3년간 적금을 넣을 경우 회사가 절반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협약서를 작성했다. 단 적금 기간이 끝나기 전에 계약을 파기할 경우 그동안 회사가 부담한 비용은 회수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를 통해 근속기간을 늘리고 소속감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성문(66) 대표는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적은 비용으로 부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우리는 안정적으로 직원을 고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제조업이 살아나는 것도 좋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상승 등은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며 "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 등을 통해 수급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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