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침울했다.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가 정한 전당대회 룰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론을 내린 탓이다. 참석한 한 의원이 정의화 비대위원장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비대위 위상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질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전국위에서 전당대회 경선 룰이 '현행 유지'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되면 전국위에 재의를 요청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과연 전국위 회의 운영이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은 것인지 의문이 인다"고 밝혔다.
이어 정 위원장은 "황우여 대표권한대행이 어제 전국위(경선 규정 확정) 절차가 합법적인지 유권해석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대표권한대행이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기관에 유권해석을 맡길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계속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거취를 얘기하면 배의 키를 놓는 결과가 초래된다. 당인으로서 사퇴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문제의 발단은 266명의 전국위원 위임장에 대한 해석문제였다. 이날 전국위에는 총 재적 741명 중 164명만이 참석하고, 참석하지 못한 266명은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이에 참석한 것으로 하고 모든 의결사항을 의장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이해봉 전국위 의장에 제출한 상태였다. 전국위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출석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 전국위의장은 이를 두고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위임장을 제출한 위원들의 의견도 같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토론을 종결 짓고 여론조사 30% 반영이라는 현행 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개정안(여론조사 반영조항 삭제)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위임장 내용은 '의결사항을 의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이지 '찬반입장을 위임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출석한 위원들의 찬반 여부를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이 전국위 의장의 의결로 회의가 끝이 나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 상황으로 치닫기도 하는 등 아수라장이 됐으며 여전한 계파 갈등 등 내분 상황만 재확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은 "비대위 결정이 전국위에서 원위치하면서 유명무실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고, 일부 비대위 위원들은 "비대위 위원으로 더이상 활동할 의미가 없다"며 사퇴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한편 경선 룰의 현행 유지로 '스타'급 정치인이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쇄신'소장파는 이번 경선 룰 확정 과정에서 현행 규정을 지키는데 급급하면서 당의 진정한 쇄신과 변화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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