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안병직 외 지음/ 시대정신 펴냄)

'민주'는 진보 전유물 아닌 보수와 경쟁'협력의 산물

진보진영에서는 흔히 민주주의를 '민주 VS 반민주' 구도로 규정한다. 민주주의를 진보진영이 선점함으로써 은연중에 보수진영은 '반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 입장에서 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를 재조명한다. 1987년 민주화가 어떤 혁명적인 과정을 통한 단절이 아니라 건국과 산업화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건국과 산업화가 민주화의 전제조건이 아닌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책은 1987년 민주화는 민주화운동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승만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확립과 박정희에 의한 경제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87년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은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지만, 민주주의의 실현조건을 성숙시킨 것은 그 앞의 역사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민주회복이 민주화 운동의 목표였다면, 87년의 민주화로 민주화운동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이다. 현행의 헌법에 여러 가지 미비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이미 훌륭한 민주주의 헌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진영 10년간의 집권 하에서도 현행의 헌법으로 만족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고 "민주화세력은 건국세력이나 산업화세력과 상이한 정치체제를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 동일한 정치체제 내의 상이한 정치적 분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역사적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전개를, 2부에서는 현 한국의 정치질서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3부에서는 정치질서의 개선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책은 또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의 민주화운동 경험을 담은 증언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를 수록하고 있다. 인민혁명당, 통일혁명당, 남민전 등에 얽힌 경험을 술회하고 있으며, 그 핵심 인사인 박현채 전 조선대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박성준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정강, 여정강 등과의 일화를 담았다. 이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일단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12쪽, 2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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