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가 변해야 산다.

소값이 형편없다. 지난 5월 30일 기준으로 전국 공영 도매시장의 한우 평균 경락가격은 1등급이 ㎏당 1만974원이었다. 1년 전 같은 날 1만6천613원이었던 것에 비해 3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비육우 사료가격(25㎏)은 8천550원에서 1만40원으로 17.4%나 올랐다.

사과값도 말이 아니다. 2010년산 저온창고의 부사 한 상자(20㎏)가 최근 1만2천원까지 떨어졌다. 한 상자당 생산비가 2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을 감안할 때 농가의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 가격에도 팔지 못하면 주스용으로 6천원에 가공공장에 들어가고 있다.

농촌지역의 많은 시군들의 고령화지수는 30%를 웃돌고 있고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다 보니 딛고 서 있는 두 다리가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대구경북 전체가 암담하다. 지역민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수년에 걸쳐 준비했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물거품이 되었다. 대안으로 희망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무산되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대구경북은 그래도 한때 이 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 권력을 수차례나 배출한 지역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어쩌다가 당장 먹고살 거리를 걱정하는 입장이 되었다.

민심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조용히 성찰하고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가 우리 몫이듯 오늘의 현실도 과거의 잘못도 모두 우리 책임이다. 대구경북이 항로를 잃고 조타수 없이 항해하는 선박과 같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 하나의 정치세력에 모든 권력을 위임했다. 수십 년 동안 모든 선출직을 한 정치집단에 맡겼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장하게 해야 할 영역을 비경쟁 부문으로 만들고 말았다. 동종교배가 반복된 결과 열성의 발현과 퇴화만 일어났다. 또 지역의 정치 환경을 한쪽으로 고정시켜 놓아 소신과 신념을 가진 일꾼들보다 상대적으로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변신에 능한 선수들이 정치권에 진입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 선택되더라도 중앙무대로 올라가서 서로 첨예하게 이해를 놓고 싸울 때, 우리의 대표자들은 타인을 설득하고 지역의 이익을 관철시킬 능력이 모자랐다. 큰 싸움판이 벌어지면 꽁무니부터 보였다.

당장 소값이 이렇게 되어도, 애써 농사지은 사과를 그냥 갖다버리다시피 처리해야 할 상황이 되어도, 정말 오랜만에 산지 쌀값이 몇 천원 올랐다고 정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보유미를 무제한으로 방출을 해도, 동남권 신공항이 물 건너가고 분노한 시민이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써도, 그 자리에 우리의 정치적 대표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대구경북이 살기 위해서는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성은 곧 가능성의 확장을 의미한다. 다양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지역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책 개발이 가능해지고 중앙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인물이 성장한다. 새는 한쪽 날개로 아무리 발버둥쳐도 하늘을 날 수 없다.

다음으로 지역 밀착형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대구에서 4선을 해 놓고 분당 15년 토박이라고 고백한 한 정치인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아무리 학벌이 좋고 경력이 화려해도 지역민과 일체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 한갓 장식용 수사에 불과했다. 이제 더 이상 외지로 나가 잘 살던 이들이 더 출세하고 더 좋은 직업 구하는데 우리가 들러리 서고 박수칠 필요 없다.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와 생산자 조직 등에서 밑으로부터 고생하면서 커 올라오는 일꾼을 주목하고 키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와 이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내 사람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사는 길은 변하는 길뿐이다.

김현권(전국한우협회 의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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