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과 관련해 주한 미8군사령관이 9일 칠곡군청을 전격 방문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장세호 칠곡군수와 투명한 정보공개, 철저한 진상규명 등 해결방향 등을 논의했다.
주한 미8군을 총괄하고 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을 겸하는 8군사령관이 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기초자치단체를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건의 경우 사안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한미 양측 공동위원장의 공동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과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이 각각 한미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존 존슨 미8군사령관(중장)은 이날 오전 9시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준장)을 대동하고 칠곡군청을 방문해 김 지사와 장 군수를 만나 "지역민들에게 고엽제 의혹 우려를 낳은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부대 안에는 주한미군과 한국 군무원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똑같이 건강 이상 등 피해가 우려된다"며 "현재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내 미군부대나 미국 현지 환경관련 전문가들을 소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군수는 이 자리에서 "미군은 가해자로서, 칠곡군은 피해자로서 당사자의 만남이다. 복잡한 소파 규정을 벗어 던지고 도의적이고 인도적 차원에서의 협의기구 구성이 꼭 필요하다. 미공병대 보고서와 삼성물산의 보고서를 칠곡 주민들에게도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또 "공개를 하지 않아 의혹을 더 부풀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조사에 나선 지 20여일이 됐는데도 공동조사단의 계획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존슨 사령관은 "장 군수가 제의한 칠곡군과 캠프 캐럴 간 협의기구 구성과 운영 상설화는 좋은 방안으로, 적극 검토하겠다"며 "1992년도 미공병대 보고서와 2004년 삼성물산 보고서에 대해 한국정부 관계자와 협의해 칠곡군에도 정보가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 지역 리더들을 조사현장에 계속 초청해 진상규명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군 측이 최근 한미공동조사단 구성 이후 기지 내 조사방법과 속도에서 주민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역 여론을 전한 뒤 "투명하고 신속하게 조사결과를 발표해 지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한미공동조사단에 주민대표, 지역환경단체 참여 ▷지역언론의 취재 보장 ▷미공병대 보고서(1992년) 등 관련 자료의 투명한 공개 ▷공동조사단의 조사일정'내용'결과에 대한 일일 브리핑 ▷미군기지 내 토양 시추조사 등을 존슨 사령관에게 촉구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인기) 소속 국회의원 9명은 이날 오후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 현장을 방문해 고엽제 매립의혹 대상지를 둘러보고 조사진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고엽제 매립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한미공동조사단은 8일까지 캠프 캐럴 헬기장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드(GPR) 조사를 마무리한 뒤 9일부터 전기비저항탐사(ER) 조사를 시작했으며, 11일부터 '마그네틱 탐사'(땅속으로 자력을 쏴 철제 드럼통을 찾아냄) 장비를 새로 도입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한미공동조사단이 캠프 캐럴 내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투과심도가 5, 6m에 불과한 레이더장비를 이용하는 등 미군 측이 형식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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