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란 시간이 남아돌고, 살림이 넉넉할 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더 많이 봉사한다. 우리는 늘 "지금보다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봉사를 해야지"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그건 봉사를 애써 외면하는 비겁한 행동이다. 어쩌면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나의 마음에는 '봉사정신'이 있기나 한 것일까?
"크게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배곯는 사람들에게 그냥 '따뜻한 밥' 한 끼 드리는 것뿐이지요." 대구시 중구 동인동 김임숙(59)·김재현(62·장애 4급) 씨 부부. 빠듯한 살림살이를 줄여 3년째 배고픈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1일 수요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인동 동도교회 앞 무료급식소 '사랑의 집'을 방문했다. 작은 지하 공간인 '사랑의 집'에서는 김 씨 부부가 식사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 점심 먹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침을 굶은 사람들이다. 11시가 되자 우르르 줄을 선다. 큰 접시에 밥과 반찬을 한가득 받아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매주 화요일 아침과 수요일 점심때 100여 명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사랑의 집'은 2009년 8월 문을 열었다. 김 씨 부부가 오직 사명감 하나만으로 시작한 일이다. 특히 김임숙 씨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신혼시절. 시아버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거의 1년 동안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시아버지 병시중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도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뒹굴었다. 진단 결과 십이지장과 위에 출혈이 심해 결국 위를 20㎝나 잘라내는 대수술을 했다. 건설회사 직원이었던 남편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결국,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쓰러졌다. 중환자실에서 20일 만에 의식을 찾았다. 혹독한 시련을 겪고도 남편의 음주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1년쯤 지난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양쪽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불행은 멈추지 않았다. 퇴원한 남편은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다시 술을 먹고 근무하던 아파트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그 당시 10개의 발가락이 모두 다 골절상을 입어 핀을 박는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남편은 총 25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현재 장애 4급이다.
빚을 갚기 위해 추어탕집을 시작했다. 8년 동안 악착같이 매달렸다. 남편 병원비도 해결하고 자녀도 대학까지 공부시켰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다리에 관절염이 왔다. 2005년, 잘나가던 가게를 모두 접어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편이 신앙심을 회복하면서 완전히 새사람으로 변했다. 더이상 목발과 지팡이도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그때 막내 남동생(32)이 폐암 선고를 받았다. 김 씨는 "남동생이 죽기 전날 내 손을 잡고 '큰누나, 어려운 사람을 좀 도와주라'고 당부한 뒤 숨졌다. 유언이 됐다. 동생의 간절한 부탁이 눈에 밟혔다."고 했다.
추어탕 장사를 하면서 알뜰살뜰 모아둔 돈으로 2009년 8월 중구 동인3가 동도교회 앞 거리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화요일 한 차례만 운영했다. 점차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화요일(아침)과 수요일(점심) 두 번으로 늘렸다. 요즘은 한 달에 700여 명 정도가 밥을 먹고 간다. 순수하게 사비를 털어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소문을 듣고 후원자가 생겨났다. '사랑의 집' 월세는 해결됐다.
하지만 한 달에 200만~300만원이나 드는 반찬값과 수도세, 전기세 등으로 사랑의 집을 꾸려가기가 늘 힘겹다. 이대로라면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사랑의 집' 단골손님들이 식사한 후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하는 얼굴을 보면서 또 힘을 낸다.
김 씨 부부는 사랑의 집에 찾아오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따신 밥'을 계속 먹여주는 것이 소원이다. 그 소박한 바람은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후원=농협 356-0057-4491-43 김임숙.
이홍섭기자 hslee@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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