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의 마지막 향연이 펼쳐지는 요즘이다.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전국의 산야를 향기롭게 물들이는 봄이 어느덧 대단원에 이르고 있다. 흐드러진 목련꽃 그늘 아래 베르테르의 시를 읽고 싶었던 4월이 가고, 꽃의 여왕 장미가 어느덧 그 자리를 이어받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5월이었다. 그리고 이제 6월 초하(初夏)의 꽃들이 성급하게 꽃봉오리를 터뜨릴 기세다.
꽃은 그 예쁜 모양뿐 아니라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카시아 꽃향기, 그윽한 라일락 꽃, 톡 쏘는 허브 꽃,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저 멀리 남녘 제주에서 서울까지 꽃이 북상하는 속도를 따라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는 계절, 눈과 코가 꽃으로 인해 즐거운 계절이 바로 지금이다.
최근 갤럽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20년째 장미꽃이 1위를 차지했다. 한 겹 한 겹 농밀한 꽃잎으로 싸여 있는 장미꽃은 그 자태가 단연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랑을 고백할 때 건네는 상징적 꽃으로서 그 로맨틱함 때문에 인기를 독차지하는 같다. 2위는 새침하면서도 귀여운 소녀 같은 이미지의 샛노란 프리지어가 차지했다. 3위는 한 시인이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라고 불렀던 수수함과 원숙미를 지닌 국화다.
매년 이맘때 흐드러진 꽃들 속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를 보면서 나는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곤 한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로 벌과 나비들을 부른다. 움직일 수 없이 한곳에서 자라나는 풀과 나무의 꽃들은 암수 번식을 위해서 꽃가루받이가 필요한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가 중매쟁이가 되어주는 셈이다.
각양각색의 꽃들 사이에서 때론 흰 꽃이 유독 안됐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래도 빨강, 분홍, 노랑, 보랏빛의 화려한 꽃들 사이에서 튀질 않으니까 곤충들을 불러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여기에도 반전이 숨어 있다. 초봄 지천에 피어나는 화려한 꽃들과는 달리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지금은 오히려 흰색 꽃들이 곤충들의 눈에 잘 띈다고 한다. 여름철 꽃들 가운데 흰색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꽃에게 배우라고 했다.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누구도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개성으로 조화를 이루고,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간다는 가르침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런 도리를 이 꽃들로부터 배우라."
법정 스님의 말을 되새기면서 서둘러 오는 여름에게 조용히 길을 내주는 이 계절, 늦봄의 꽃들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을 보내본다. 우리 모두가 꽃들처럼 저마다 개성이 있다.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색과 향과 모양이 제각각이어도 나만의 개성을 갖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애써 누굴 닮으려고 하지 말고 나다운 길을 걸어가자. 그 길에는 분명 반가운 벌과 나비들이 길동무가 되어 나와 함께 걸어갈 테니까.
최중근 구미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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