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엽제 조사, 립서비스 말고 적극성 보여라

왜관 캠프 캐럴 기지 내 고엽제 매립 폭로가 나온 지도 벌써 3주가 넘었다. 진상 규명을 위해 한'미 공동조사단이 기지 내외부의 토양과 수질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하게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군 측이 매립 장소로 지목된 구역에 대한 굴착 조사 등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주민 불안과 불신감은 계속 커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공동조사단이 최근 기지 내부 조사를 위해 마그네틱 탐사 장비 등을 추가로 투입하고 토양 시추 조사에 합의한 것은 그나마 진척된 부분이다. 또 빠르면 이달 내 헬기장 탐사 결과에 대한 중간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군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사안의 중대성을 의식한 탓인지 존슨 미8군 사령관이 어저께 장세호 칠곡군수와의 대담을 가진 데 이어 9일 칠곡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도 마련했다.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가 피해 지역 주민들과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존슨 사령관은 이날 주민 간담회에서 "반드시 결과물을 내놓겠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원론적인 답변은 양측의 입장에 여전히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문제점에 대한 한'미 간 접근 방식 등 문화적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핵심에 대한 접근법이나 절차, 해결 방식은 양국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군 측은 립서비스만 하고 조사에 계속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결과를 재촉하는 것도 무리지만 미군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야말로 5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군과 왜관 주민 간 우호친선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미군의 정확한 상황 인식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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